2021년 하반기 생산 목표… 적자 땐 1대주주 광주시 부담 ‘혈세 투입’ 역풍
31일 광주시가 제시한 ‘지역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지속 창출을 위한 완성차 사업 투자 협약’ 최종안에 현대차가 합의하면서 2021년 하반기 생산을 목표로 1ℓ스포츠유틸리티차(SUV) 개발에 들어갔다. 그러나 현대차 위탁조립공장(합작법인) 설립을 위해선 풀어야 할 난제가 많다.
당장 광주시는 합작법인 설립을 위해 선택한 우회투자 방식에 따른 혈세 낭비 논란을 해결해야 한다. 시는 현대차가 전담지원 기업으로 지정된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광주혁신센터)에 출연금 590억원을 넣어, 공장 설립 지분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시는 합작법인이 공기업으로 분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직접 투자 대신 ‘자치단체가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운영 및 사업 수행에 필요한 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출연할 수 있다’는 과학기술기본법을 근거로 우회 투자한 것이다.
문제는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일반 출자금과 달리 운영비 명목으로 출연하는 기금이어서 원금을 회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배당수익, 지분매각 등으로 수익이 나더라도 센터에 귀속되는 구조다.
광주공장의 운영에 따른 ‘적자 보전’ 문제는 시가 매듭지어야 할 사안이다. 현대차는 합작법인에 대한 경영 참여 불가 방침을 밝힌 상태여서, 적자가 날 경우 사실상 1대 주주인 광주시가 재정으로 메워야 한다.
과잉 공급 상태인 국내 소형 자동차 시장에서 소형 SUV가 안착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그 동안 현대차가 경차를 출시하지 않았던 근본적인 이유는 시장이 불확실했기 때문이었다.
국내 경차시장은 2012년 20만2,844대(경차 점유율 13.2%) 판매를 기록한 후 매년 수요가 줄어 지난해에는 37.1% 감소한 12만7,429대(7.0%)까지 떨어졌다. 저유가와 레저차량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요는 중대형, 중소형 이상 SUV로 이동한 상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수요 부족 때문에 연 40만대 이상 생산할 수 있는 현대차의 소형차 라인도 제대로 가동 못하는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광주공장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적잖다. 자동차 업계의 트렌드가 이미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전환하고 있는 상황에서 디젤ㆍ가솔린 엔진을 사용하는 소형SUV를 얼마나 지속 생산할 수 있을 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특히 소형차의 전기차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를 감안하면, 2년 후 광주공장에서 생산하는 소형SUV가 연간 10만대나 판매될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다. 현대차가 투자협정서에 연간 최소 생산 물량 7만대를 보장한다는 문구를 포함시키지 않은 것도 이러한 시장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합작법인이 자생할 수 있도록 현대차 뿐만 아니라 다른 완성차업체의 위탁생산 물량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러 완성차업체의 차량을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만드는 혼류 시스템을 구축, 생산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광주시 관계자는 “당장은 올해 상반기 신설 법인 출범을 위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 투자자를 모집하는 게 우선”이라며 “출연금 지급과 관련한 안전장치 등 필요한 사항들을 재검토해 법인 설립 이후 부지 매입, 공장 착공ㆍ준공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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