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철이다. 곳곳에서 졸업식 노래를 흔히 접할 수 있다. 졸업식 노래라고 하면 기성세대는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라고 시작하는 대표적인 노랫말을 추억할 것이다. 1946년에 외솔 최현배 선생의 부탁으로 아동문학가인 윤석중 선생이 노랫말을 지어 당시 문교부가 알린 것으로, 1절은 재학생, 2절은 졸업생, 3절은 다 같이 부르면서 의미 있는 노랫말 속에 많은 추억을 담게 되었다.
그러나 이 졸업식 노래의 노랫말 몇몇에는 요즘 세대의 인식에 기준한 다른 해석이 적용된다. 첫 구절에 나오는 ‘언니’ 자체가 성별이 구별되는 어휘이고, 오빠나 형은 졸업할 수 없다는 우스개 지적까지 나왔다. 학계에서는 남녀가 성별 상관없이 윗사람을 부르는 단어였다가 현대로 넘어오면서 변했다고 추정한다. 그 반대 일각에서는 ‘언니’의 용법 자체가 손윗사람의 성별을 구별하지 않은 어휘가 아니었다는 의견도 있다. 국어사전으로는 가족이나 일가친척에 해당하는 동성 간의 ‘언니’가 사회에서 이성 간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어휘인지를 해석할 수 없다.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를 하여~’에서는 교과서를 물려받는 교육 제도가 디지털 시대에 퇴색되어 이 노래가 더 이상은 졸업식의 그 감성을 다 담을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또한 광복 후 만들어진 ‘~새 나라의 새 일꾼이 되겠습니다.’에서 ‘새’라는 관형사가 지금의 졸업식 세대에겐 첫 나라, 첫 일꾼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다고 한다.
최근 졸업식에서는 이별의 아쉬움을 표현한 대중가요 ‘이젠 안녕’이나 외국 민요인 ‘올드 랭 사인’ 등이 더 불린다. 그러나 외솔 선생이 청하여 그 시절 졸업식의 의미를 담아 만든 윤석중 선생의 노랫말을 아무 어휘 분석 없이 되새겨 불러 보는 건 어떨까.
박미영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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