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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다시 꺼낸 리쇼어링 정책, 이번엔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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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다시 꺼낸 리쇼어링 정책, 이번엔 통할까

입력
2020.02.22 04:3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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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계기로 드라이브

대기업 유인책 없이 실효성 의문

중국 공장을 접은 현대모비스가 국내에 신설하려는 친환경부품 울산공장 조감도. 현대모비스 제공
중국 공장을 접은 현대모비스가 국내에 신설하려는 친환경부품 울산공장 조감도. 현대모비스 제공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해외에 진출해 있는 기업들을 국내로 돌아오게 하는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에 다시 한번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국내 산업의 근간을 다지는 동시에 일자리 확충도 가능하다”며 리쇼어링을 경제 활성화의 처방법으로 제시했으나, 산업계에선 “설익은 정책으로 혼란만 가중시킨다”며 부정적인 기류가 벌써부터 팽배하다.

2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그간 업계에서 부정적이었던 리쇼어링 정책을 지난 17일 업무보고를 통해 다시 꺼내 들었다. 국내 완성차 공장을 멈추게 한 중국산 와이어링 하네스 등의 자동차 부품을 국내 스마트 공장에서 생산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의미에서다.

해외에 진출했다 국내로 돌아오는 소재ㆍ부품 기업에게는 △설비 보조금 지원 △입지 인센티브 제공 △설비 자동화 추진 △기존 사업장 증설에 법인세 감면 등의 지원책을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또 기업들의 해외 진출 주요 이유가 인건비 절감인 점을 감안해 국내 리턴 기업들이 스마트 공장으로 탈바꿈하도록 우선 지원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보다 많은 기업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리턴 기업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국내에서 생산을 하면 안정적인 원자재 공급에, 국내 일자리 확충, 유관 산업 집중 육성 등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예컨대 전기차를 국내에서 제조한다면 완성차 조립업체를 중심으로 배터리, 각종 센서, 통신모듈, 디지털 맵 등의 관련 업체들이 함께 클러스터화할 수 있어 상생 효과 극대화가 가능하다.

그러나 리쇼어링은 2012년부터 추진했다가 철저히 외면 받은 정책이다. 지난 6년(2014~2019년)간 리턴 기업은 연 평균 11개에 불과했다. 이 속에는 해외에서 실패해 국내로 들어온 업체가 상당수 포함돼 문제를 드러냈고, 대기업이 국내로 유턴한 사례는 지난해 9월 현대모비스가 유일했다. 10대 대기업에 납품하는 A업체 관계자는“노동 집약적인 부품을 주로 생산하기 때문에 스마트 공장보다는 노동 유연성을 확보해줘야 국내에 생산시설을 만들 수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은 정부의 바람과 다르게 너도나도 해외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 대ㆍ중소기업의 해외 진출 통계인 해외 직접투자액이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80년 이후 최고치인 478억달러(2018년)를 기록했을 정도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1공장 신설에 들어간 데 이어 2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고, 롯데케미칼은 미국 루이지애나에 석유화학 공장을, LG전자는 베트남 하이퐁에 스마트폰 생산시설을 각각 마련했다.

업계에선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리쇼어링 정책도 대기업에 대한 유인책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상당수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종속 관계에 있어 대기업과 해외로 동반 진출해 생산효율성을 높이는 측면이 있는데, 이를 감안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간과한 또 다른 문제는 글로벌 시장이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있다는 점이다. 수출에 의존하는 국내 기업들은 내수시장이 든든한 미국, 중국 등이 관세를 무기로 휘두르는 환경에선 정부의 어떤 지원책에도 유턴하기 어려운 취약점을 안고 있다. 미국이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철강, 석유화학, 가전제품, 자동차 배터리 등에 관세를 부과하며 자국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하게 하거나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한 것만 봐도 기업들은 현지화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내수시장이 든든하지 못한 상황에선 리쇼어링은 대대적으로 추진하기엔 한계가 많은 정책”이라며 “기존 산업보다는 해외에 진출해 있지 않은 신산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하거나, 중소기업의 연구투자 인력을 양성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전환해 산업 구조를 노동 집약이 아닌 기술 중심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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