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국내 산업계도 ‘칼바람’… 코로나로 인력구조 재편 가속도
알림

국내 산업계도 ‘칼바람’… 코로나로 인력구조 재편 가속도

입력
2020.03.25 04:30
4면
0 0

 인건비 절감 나선 기업 40여곳 

 車, 조선 등 전통 제조업에 집중 

 “사회적 안전망 구축 필요” 지적 

국내 주요 제조업체 현황
국내 주요 제조업체 현황

국내 산업계에 인력 구조조정 칼바람이 매섭게 몰아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파생된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국제 유가 급락이란 초대형 악재가 잇따라 밀려오면서다. 일부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상시적인 ‘희망퇴직’ 카드까지 꺼내 들고 나섰지만 여의치 않은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최근 각 기업의 이런 몸집 줄이기가 전반적인 산업 구조조정 연장선에서의 인력 재편까지 가져올 것으로 점치고 있다.

실제, 최근 국내 각 기업에선 업종을 불문하고 인력 감축의 움직임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24일 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희망퇴직과 명예퇴직은 물론이고 단기휴직 및 무급휴가 등으로 인건비 절감에 나선 국내 기업들은 파악된 곳만 40여개에 달한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과 여행, 숙박업계 등에서의 고강도 구조조정은 일반화되는 양상이다. 아시아나항공에선 다음 달에도 모든 직원들이 15일 이상 무급휴직에 들어가는 내용을 포함한 3차 자구안을 발표했다. 아시아나항공 뿐만 아니라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에 돌입한 이스타항공은 2개월 연속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김포공항과 김해공항 등에서 이미 문을 닫은 국내 면세점 업계 사정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량 실업사태가 예정된 수순으로 보이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2차 비상경제회의’에서 기업구호긴급자금 지원 대상을 주력 산업의 우량기업까지 포함하고 지난 주 발표보다 2배나 확대한 100조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단행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우려에서 비롯된 조치로 해석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40여개 업체 가운데 약 40%에 해당하는 15개 안팎의 업체가 자동차·조선·기계·중공업·정유·철강·디스플레이 등 전통 제조업 분야에 쏠려 있다는 점이다. 이들 업체는 코로나19와 관계없이 사업 재편 과정에서 이미 인력 구조조정을 시행하고 있었다. 제조 업종의 경우엔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 심화에 따른 사업 구조 재편(디스플레이, 정유·석유화학, 조선 포함)과 정부 정책의 변화에 따른 단기 수익성 악화(두산중공업) 등 다양한 이유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상태였다.

문제는 당장 단기적인 인력 감축만으로는 코로나19 여파로 파괴된 산업계 생태계 속에서 생존을 장담하긴 어렵다는 데 있다. 현재 비행기는 띄울수록, 석유제품은 생산할수록, 손해만 보고 있다. 제조업체들은 재고가 쌓여가는데, 염가 할인을 해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영업활동만으로는 해법을 찾을 수 없는 기업들이 인건비라도 줄여 생존하겠단 전략은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전문가들은 제조업 분야의 구조조정이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가속화 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성장동력 산업연구본부장은 “기존 사업모델로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기업들은 저마다 새로운 사업모델을 통해 돌파구를 찾는 동시에 디지털 전환 등으로 인력 수급구조도 개편하고 있었다”며 “다만 이 과정에서 코로나19의 팬데믹(대유행) 등으로 중장기 경기 침체가 예상되고, 디지털 전환도 가속화시키면서 기업들이 안고 있던 인력 구조조정이라는 과제가 단기간에 급속하게 나타나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향후 인력 수급 조정에 따른 사회적 안전망을 보다 견고하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