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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이 코앞…도라산역에서 통일을 미리 보다

입력
2018.10.05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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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 철교를 건너며 보는 옛 경의선 철교의 휘어진 철골과 총탄 자국이 치열했던 전쟁을 증명하고 있다.
임진강 철교를 건너며 보는 옛 경의선 철교의 휘어진 철골과 총탄 자국이 치열했던 전쟁을 증명하고 있다.

155마일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 국가 대한민국. 올해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으로 해빙 무드가 조성되면서 ‘DMZ트레인’도 인기 대폭발이다. 주말 매진은 기본, 평일에도 이용객이 많다.

DMZ트레인은 6ㆍ25 전쟁의 역사와 청정 자연이 공존하는 비무장지대를 달리는 관광테마열차다. 통근열차 등급의 완행열차가 다니던 2개 노선을 개조해 2014년부터 운행하고 있다. 그해 5월 4일 경의선(용산~서울~문산~운천~임진강~도라산) DMZ트레인에 이어, 8월 1일 경원선(서울~청량리~의정부~동두천~소요산~연천)도 운행을 개시했다. 이후 연천에서 백마고지역까지 연장 개통했지만, 현재는 거림천교 개량 공사로 신망리역~대광리역 구간은 운행이 중지된 상태다.

DMZ트레인 외부는 그 옛날 경의선을 달리던 미카3형 증기기관차 그림으로 장식했다.
DMZ트레인 외부는 그 옛날 경의선을 달리던 미카3형 증기기관차 그림으로 장식했다.

경의선 DMZ트레인은 하루 한 차례 용산역~도라산역을 왕복한다. 매일(월요일 제외) 오전 10시8분 용산역을 출발해 11시43분 도라산역에 도착한다. 열차가 출발하기 전 플랫폼에서는 세 칸짜리 미니 열차 앞에서 사진을 찍는 여행객으로 한바탕 소란이 일어난다. 그럴 만도 하다. 열차 외부는 1950년 12월 31일 황해도 한포역을 떠나 개성역을 통과해 남으로 달리다가 장단역 부근에서 폭격으로 멈춘 경의선의 마지막 증기기관차 그림으로 장식했다. 마지막 기관사 한준기씨의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염원과 세계인이 손을 맞잡고 평화와 화합을 상징하는 그림을 더했다.

DMZ트레인 내부.
DMZ트레인 내부.
임진강 철교를 건너 도라산역으로 향하는 DMZ트레인.
임진강 철교를 건너 도라산역으로 향하는 DMZ트레인.

열차 내부 좌석은 비무장지대의 생태와 평화를 상징하는 바람개비 문양으로 장식했고, 천정은 희망을 담고 자유로이 날아가는 풍선, 바닥은 햇빛에 반짝반짝 빛나는 연꽃으로 디자인했다. DMZ의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담은 듯하다.

창 밖 풍경은 처음에는 무료하지만 황금들판을 지나며 곧 기차여행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입이 심심할 때 매점에서 주전부리를 찾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여기까지는 일반 열차와 같지만, 곧 테마열차의 차이점이 드러난다. DMZ 출입신청서를 작성한 뒤, 임진강역에서 모두 내려 역 밖으로 나갔다가 신분 확인 절차를 밟고 다시 열차에 탑승해야 한다. 도라산역과 연계한 관광지가 민통선(민간인 출입 통제구역) 내에 있기 때문이다. 탑승을 마친 열차는 출발하자마자 임진강 철교를 건넌다. 옛 철교의 부서진 철골 구조물과 총탄 자국이 한국전쟁의 참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열차 종착지인 도라산역에 내리면 승객은 관광버스로 갈아타고 본격적으로 비무장지대 여행을 떠난다.

도라산평화공원의 바람개비.
도라산평화공원의 바람개비.
통일촌의 뷔페식 점심. 이 지역에서 생산한 파주 장단콩이 별미다.
통일촌의 뷔페식 점심. 이 지역에서 생산한 파주 장단콩이 별미다.
제3땅굴 입구의 조형물.
제3땅굴 입구의 조형물.

첫 일정은 2008년 개장한 도라산평화공원. 한반도 모양의 생태연못에서 휴식을 취하며 문화관광해설사의 이야기를 듣거나 주위를 거닐어본다. 화해와 평화의 힘으로 돌아가는 바람개비는 예쁜 사진을 찍는 소재로 손색이 없고, DMZ의 역사와 생태를 배우는 전시관도 볼만하다. 통일촌에서 점심식사는 개별부담(7,000원)이지만 뷔페식이라 부족함이 없다. 특히, 이 지역에서 생산한 파주 장단콩은 꼭 먹어봐야 할 반찬이다.

다음 목적지는 서울과 가장 가까운 남침용 땅굴인 제3땅굴이다. 지하 73m에 위치한 땅굴은 길이 1,635m, 폭 2m로 시간당 3만명의 중무장 병력이 이동할 수 있는 규모로 1978년 10월 17일 군사분계선 남방 435m 지점에서 발견됐다. DMZ영상관과 전시관에서 한국전쟁과 땅굴에 관한 기본 정보를 익힌 다음, 헬멧을 착용한 뒤 본격적으로 땅굴로 진입한다. 통로가 협소해 허리를 구부려야 한다. 자칫 허리를 잘못 폈다가는 헬멧이 땅굴 천장에 부딪혀서 나는 ‘퍽’ 소리와 함께 온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아프다. 노약자는 셔틀 승강기 이용패키지를 예약하는 것이 편리하다. 땅굴 관람을 마치고 출구까지 오르막 통로는 385m의 급경사라 땀을 뻘뻘 흘리는 운동코스로 바뀌기 때문이다.

도라전망대의 ‘분단의 끝, 통일의 시작’이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도라전망대의 ‘분단의 끝, 통일의 시작’이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도라전망대에서는 개성공단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도라전망대에서는 개성공단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땅굴 관람을 마치면 버스는 힘겹게 구불구불한 고갯길을 올라 도라전망대에 닿는다. 북한 땅이 손에 잡힐 듯 바라다보이는 도라전망대는 송악산 OP(Observation Postㆍ관측소)가 폐쇄된 후 국방부에서 3억원의 예산을 들여 신설한 전망대로 1987년 일반에게 개방했다. 본격적인 관람에 앞서 전망대에서 상영하는 영상을 시청하면 주변 지형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전망대에서 망원경에 눈을 대자마자 송학산, 김일성 동상, 기정동 선전마을, 판문역, 개성공단이 또렷하게 나타난다. 당장 갈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남북관계의 진전에 따라 곧 왕래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돌아오는 열차는 오후 4시27분 도라선역을 출발해 5시56분 용산역에 도착한다. 비무장지대 관광을 마친 버스는 열차 출발 30분 전 도라산역에 도착한다. 기념사진을 찍고 내부로 들어가면 문화관광해설사가 역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준다. 도라산역은 대합실 자체가 볼거리다. 공항처럼 보안검색대가 설치돼 있다. ‘평양 방면 열차 타는 곳’ 표시는 앞으로 남북 교류의 관문이 도라산역임을 알려 준다. DMZ기념품을 사고 기념스탬프를 찍은 뒤 승강장 내 통일전시관을 관람하는 것으로 경의선 DMZ트레인 여행을 마무리한다.

남북 교류의 관문이 될 도라산역.
남북 교류의 관문이 될 도라산역.

 ◆경의선 DMZ트레인 기차여행 정보 

용산(서울)역~임진강역 구간은 코레일에서 승차권만 구입해도 되지만, 도라산역까지 가려면 코레일관광개발(1544-7755ㆍwww.korailtravel.com)을 통해 반드시 승차권+셔틀버스+안보관광시설 관람료를 포함한 패키지 상품을 구입해야 한다. 신분증을 꼭 지참해야 하며, 요금은 어른 3만6,000원(제3땅굴 모노레일 이용 패키지는 3만9,000원)이다. 월요일은 운행하지 않는다.

박준규 기차여행 전문가 sak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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