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우디 반정부 언론인 피살 의혹 일파만파… 중동 질서 재편 트럼프 구상에 암초 되나
알림

사우디 반정부 언론인 피살 의혹 일파만파… 중동 질서 재편 트럼프 구상에 암초 되나

입력
2018.10.09 17:57
수정
2018.10.09 22:02
13면
0 0
시위대가 5일 터키 이스탄불 사우디아라비아 영사관 앞에서 실종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쇼기의 사진을 들고 있다. 이스탄불=로이터 연합뉴스
시위대가 5일 터키 이스탄불 사우디아라비아 영사관 앞에서 실종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쇼기의 사진을 들고 있다. 이스탄불=로이터 연합뉴스

터키 이스탄불에서 실종된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쇼기(60) 피살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사우디와 각을 세워 온 터키는 대통령까지 나서 사우디 정부를 피살 배후로 지목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고, 사우디와 동맹 관계인 미국 정가에서도 사우디 정부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나왔다. 미국 언론에선 사우디를 중심으로 중동 질서 재편에 나서려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이 이번 사태로 차질을 빚게 될 것이란 분석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건의 배후로 일찌감치 사우디 정부를 지목해온 터키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사우디를 비난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방문 중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사우디 총영사관은 ‘그가 떠났다’는 말만 되풀이해서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며 “그가 제발로 총영사관을 나갔다면 총영사관은 영상으로 그것을 입증해야 한다”고 추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사우디 정부의 범죄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시사한 발언이었다며 양국 간 긴장관계가 고조될 것으로 내다봤다.

사우디 왕실에 비판적이었던 카쇼기는 9월부터 신변 위협을 이유로 미국에 거주하며 WP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해왔다. 그는 지난 2일 터키 국적의 약혼녀와 혼인신고를 하기 위해 본처와의 이혼 서류를 발급 받으려고 이스탄불 소재 사우디 영사관에 들어간 뒤로 일주일째 행방이 묘연하다. 터키 경찰은 카쇼기가 사우디에서 급파된 암살 요원들에 의해 영사관에서 토막 살해 당한 뒤 시신이 모처로 옮겨졌다 보고 있다. 반면 사우디 정부는 카쇼기가 볼 일을 마친 뒤 제 발로 영사관을 걸어나갔다며 살해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이날 터키 경찰의 요구를 받아들여, 영사관에 대한 전면 수색을 허용했다.

터키는 사우디와 마찬가지로 수니파가 다수인 국가이지만, 수니파 맹주 사우디가 추진한 핵심 대외 정책마다 반대편에 서며 갈등을 빚어왔다. 지난해 사우디가 주도한 카타르 단교에 동참하기는커녕 카타르를 지원하며 편을 들었고, 사우디의 숙적 이란과도 경제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불똥은 미국으로도 튀었다. 지나칠 정도로 친 사우디 행보를 보여온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 이번 사건은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침묵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우려한다”는 짧은 반응만 내놨다. 그러나 공화당은 격앙된 모습이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 의원은 트위터에 “만약 사우디 정부에 의한 위법 혐의가 발견된다면, 미국과의 관계에서 사우디는 경제 분야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언론에선 과도할 정도로 친 사우디 행보를 보여온 트럼프 행정부가 무함마드 빈 살만 정권의 ‘폭주’를 용인해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미셸 골드버그는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에 대해, 여성 운전을 처음으로 허용해주면서 뒤에서는 저명한 여성 인권 운동가를 감옥에 잡아 넣는 독재자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사우디의 최악의 인권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란에 대항한다는 명분으로 전략적 협력 관계를 유지했고 이 같은 암묵적 지원이 사우디를 더 대담하게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