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발생한 ‘강서 PC방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성수(29)씨에 대해 경찰이 신상정보 공개 결정을 내렸다. 피해자 얼굴을 수십 차례 흉기로 찌른 극단적 잔혹 범죄 행태에 대해 국민적 반감이 커진 것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공개 범위는 이름, 나이 얼굴이다. 단, 얼굴의 경우 경찰이 김씨의 사진을 언론에 제공하는 것은 아니며 앞으로 김씨가 언론에 노출될 가리지 않는 방식이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피의자 김씨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한편 충남 공주시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로 옮겨 정신감정에 나서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검찰과 사전혐의를 거쳐 사건 피의자를 전문 의료 시설에 머물게 하면서 정신감정을 받게 하는 감정유치 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정신감정을 통해 실제로 정신 상태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전문가 확인을 받아 참고해 수사기록에 첨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정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한 달 정도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김씨가 경찰 조사에서 “우울증을 앓고 있다”며 진단서를 제출한 데 따른 것이다. 10년 넘게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는 게 김씨 주장. 김씨는 강서구 한 PC방에서 서비스가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아르바이트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가 잔혹한 범죄행각을 벌인 뒤 우울증을 주장한 것이 알려지면서 여론은 들끓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 또 심신미약 피의자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오면서 청원 나흘 만인 21일까지 75만명이 넘는 사람이 글에 동의했다. 이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생긴 이래 최다 인원이 참여한 것으로 “언제까지 우울증, 정신질환 이런 단어들로 처벌이 약해져야 하느냐”는 등 댓글이 줄을 이었다. 과거에도 강남역 살인사건 범인과 8세 여자아이 성폭행범인 조두순 같은 강력범들이 ‘감형’을 위해 심신미약을 주장하고 이것이 받아들여졌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경찰은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형감경을 언급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되고 그 결과에 대해서 정신감정 결과를 참고해 형이 결정되는 것으로 무조건 우울증이 있었다고 해서 감경을 받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이 와 별개로 경찰은 사이코 패스나 깊은 원한관계가 아니고서는 보기 어려운 범죄행각의 엽기성과 달리 김씨 진술에서 드러난 범행동기의 사소함에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피해를 당한 PC방 아르바이트생은 일을 시작한 게 고작 일주일도 안 된 신입이라 김씨와 평소 원한이나 갈등에 얽힐 이유가 없고, 살인이 시작된 다툼이 ‘서비스가 불친절하다’는 지극히 사소한 원인에서 불거졌다는 점에서 잔혹성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현장에 있었던 김씨 동생이 공범이 아니냐는 의혹도 있었지만, 경찰은 “현장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동생은 싸움을 말렸던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씨의 얼굴은 김씨가 현재 입감되어 있는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공주 치료감호소로 이동하기 위해 나서는 11시에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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