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가 F90 M5를 공개하며 AWD 슈퍼 세단 시장에 합류했다.
콰트로를 앞세워 주행 성능을 강조했던 아우디를 비롯하여 메르세데스-AMG에 이어 BMW까지 안정적인 트랙션 배분 등을 앞세운 AWD 슈퍼세단을 과시하며 이제는 '후륜구동 슈퍼세단'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시기가 되었다. 이런 와중 고요히 웅크리며 숨을 죽이고 있는 캐딜락 CTS-V에 시선이 옮겨진다.
이제는 어쩌면 순수한 후륜구동 슈퍼세단이라 불릴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되어 버린 캐딜락 CTS-V. 이번 시승을 통해 캐딜락 CTS-V가 과연 시대의 흐름을 따르지 못하고 도태되는 존재일지, 속절 없이 흐르는 시대 속에 고고하게 자신을 지키는 존재일지 확인하고 싶었다.
과연 캐딜락 CTS-V는 어떤 가치를 들려줄까?
캐딜락 CTS의 완성, CTS-V
캐딜락 CTS-V의 디자인은 강렬하다. 당당하지만 어딘가 아쉽게 느껴졌던 캐딜락 CTS가 마치 완성된 것처럼 느껴진다. 직선을 중심으로 하여 경쟁 모델과는 또 다른 느낌을 제시했던 캐딜락 CTS 역시 그 자체로도 강렬한 존재감을 갖은 차량이지만 캐딜락 CTS-V는 그 이상의 존재감을 강렬히 과시한다.
해외에서는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적용할 수 있는 트라이틴트의 화이트 컬러가 아닌 일반적인 듀얼 틴트 타입이지만 조금 더 강렬한 느낌이 드는 블랙 레이븐 컬러나 패션 레드 등의 컬러였다면 아마 거리를 다니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집중시켰을 것이라 생각된다.
전면 디자인의 디테일부터 차량의 존재감을 과시한다. 고성능 모델의 존재감을 강조하는 메쉬 타입의 프론트 그릴과 큼직한 에어 인테이크를 적용한 전면 범퍼 등을 조합해 전면 디자인을 구성했다. 전면 범퍼 하단에는 스플리터가 길게 부착되었고, 프론트 펜더의 볼륨감이 도드라진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에 고성능 V8 엔진의 탑재를 과시하는 파워돔을 얹은 보닛을 더해 그 존재감을 더욱 강조한다.
측면과 후면의 디자인을 보고 있으면 전면에 비해 다소 아쉽다는 생각이 이어진다.
전륜 펜더의 경우 볼륨감을 강조하고 펜더 가니시와 V 엠블럼으로 차량의 존재감을 강조한 편이지만 후륜의 볼륨감이 크게 강조되지 않아 시각적인 매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상황에서도 V의 존재감을 강조하는 알로이 휠과 고성능 스포츠 타이어가 자리해 고성능 모델의 감성을 잘 드러내고 있어 위안이 된다.
후면의 경우에는 캐딜락 ATS-V가 조금 부럽게 느껴진다. 트윈 타입의 듀얼 머플러 팁을 적용하고 리어 디퓨저를 적용해 카리스마를 살린 건 매력적이지만 트렁크 리드 끝에 자리한 리어 스포일러가 왠지 빈약해 보였기 때문이다. 차라리 ATS-V처럼 하늘을 향해 치솟은 리어 스포일러를 적용했다면 더 매력적이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V의 가치를 살린 CTS-V의 실내 공간
알칸타라와 고급스러운 가죽, 그리고 화려한 디스플레이 패널 등이 조화를 이룬 CTS-V의 실내 공간은 두 가지 생각이 든다. 캐딜락이 얼마나 빠르게 디자인 기조 및 디자인 철학을 바꾸고 있는지 체감할 수 있으며 또 하나는 '비용을 투자 배분에 있어 아직은 어색함이 있다'는 것이었다. 캐딜락 CTS는 분명 현역이지만 실내 디자인에 있어서는 과거의 존재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CT6와 XT5가 새로운 디자인 기조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블랙 하이글로시 패널 등이 중심이 되는 실내 구성이 어딘가 아쉽게, 그리고 올드한 느낌으로 표현된다. 배분의 문제는 간단하다. 고성능 모델의 감성을 연출하기 위해 더해진 요소들을 조금 더 능숙하게 배분했다면 그 누구라도 만족할 수 있는 '진정한 프리미엄 퍼포먼스 세단'의 아이덴티티를 과시할 수 있었을 것이다.
스티어링 휠을 가득 채운 알칸타라와 CTS-V 고유의 감성을 강조하는 계기판, 그리고 CTS에서 이어져 온 마그네슘으로 제작하여 크롬 코팅한 패들시프트 등은 여느 고성능 모델과 비교하더라도 그 가치가 돋보이는 존재이며 센터페시아의 디스플레이 패널에는 터치 인터페이스와 CUE의 조합으로 다양한 기능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보스 사운드 시스템의 존재감 역시 이목을 끈다.
캐딜락 CTS-V의 실내 공간은 준수한 편이다. 휠베이스가 긴 편이라 1열 공간의 레그룸이 상당히 깊은 편이다. 헤드룸도 준수한 편이며 시트 포지션은 세단으로서는 제법 낮게 구현되었지만 '지나치게 낮아 불편한' 수준은 아니라 일상적인 줗애에서도 큰 문제가 없는 구성을 갖췄다.
레카로에서 공급한 스포츠 버킷 시트는 과도할 정도로 탁월한 볼륨감을 강조한다.
고성능 모델로서는 정말 매력적인 요소지만 한편으로는 프리미엄 모델에 '너무 과도한 퍼포먼스 요소'가 더해진 건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로 고성능 모델의 존재감을 과시한다. 게다가 통풍시트 기능도 빠져있는 점이 내심 아쉽다. 덧붙여 미국 시장을 주 타겟으로 하는 만큼 동양인의 체격에 비해 너무 큰 시트가 아쉽게 느껴진다. 물론 체격이 큰 운전자라면 그 어떤 시트보다도 만족스러울 것이다.
한편 2열 공간은 평이하다. CTS의 휠베이스를 그대로 이어 받았기 때문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 존재한다. 1열 시트에 워낙 거대한 시트가 자리한 만큼 2열 시트의 레그룸이 다소 줄어든 것이다. 또한 C 필러가 워낙 두꺼운 CTS의 형태 때문에 실내 공간에서 느끼는 개방감이 다소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압도적인 하체, 그리고 그 보다 더 압도적인 출력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CTS-V는 완벽한 슈퍼 세단은 아니지만 정말 다시는 없을 강렬한 슈퍼 세단임에는 분명하다.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내는 V8 엔진은 물론이고 견고한 차체, 그리고 압도적인 움직임을 연출하는 MRC 및 고성능 브레이크 시스템을 조합아며 이름값을 앞세우는 여느 슈퍼 세단들을 비웃는 것처럼 느껴진다.
압도적인 퍼포먼스는 역시 CTS-V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여느 슈퍼카는 손쉽게 압도할 정도의 출력을 내는 LT4 엔진은 쉐보레 콜벳 Z06에서 빌려온 것으로 최고 648마력과 87.2kg.m의 두터운 토크를 발산하여 그 어떤 존재보다도 강렬한 주행 성능을 자랑한다. 실제 정지 상태에서 단 3.7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할 수 있는 순발력은 물론이고 순정 상태에서 320km/h까지 달릴 수 있는 어마어마한 힘을 갖고 있다.
후륜구동이기 때문에 가속 상황에서의 손실 존재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어마어마한 수치이며 AWD 시스템을 탑재한 여느 슈퍼 세단들과 어꺠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렇게 강력한 출력을 갖고 있다보니 엔진의 질감이나 리스폰스를 평가하기도 전에 이미 고속 영역에 접어드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게다가 터보차저를 더한 것이 아닌 슈퍼차저를 기반으로 출력을 끌어 올린 엔진이라 일상적인 주행에서 출력 및 엔진의 조작을 부드럽게 할 수 있다는 강점 또한 갖췄다. 덕분에 주행 모드를 떠하 운전자의 의지로 차량을 상황에 맞춰 다룰 수 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계기판의 속도가 너무 작아 주행 중에 단 번에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또 배기 사운드 역시 출력에 비해 다소 여린 편이라 주행 내내 아쉬움이 남았다.
미국의 고성능 차량이라고 한다면 다들 가속 성능 외에는 볼 것이 없다고 생각할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건 잘못되어도 정말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 캐딜락 CTS-V는 기민하고 과장된 움직임은 전혀 느껴지지 않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코너를 파고들고, 또 기록을 단출시킬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차량이다.
견고한 차체는 풍부한 경험으로 완성된 캐딜락의 자랑이자, 현존하는 최고의 서스펜션 시스템인 MRC(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을 통해 주행 환경이 아닌 지금 당장의 주행 상황에 맞는 최적의 감쇄력을 제시하여 마치 물리적 한계를 넘나드는 움직임을 연출한다. 특히 '이렇게 큰 체격의 차량으로서 구현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을 들 때에도 여지 없이 기대 이상의 움직임을 과시하는 역동성을 갖췄다.
그리고 거대한 체격, 강력한 출력을 손쉽게 제어하는 고성능 브레이크 시스템도 매력적이다. 실제 주행을 하며 CTS-V의 브레이크 시스템이 648마력의 출력을 너무나 손쉽고 안정적으로 다루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물론 타이어 쪽에서 다소 부담을 느끼기 때문에 연이은 급제동은 다소 어려움이 있었지만 타이어만 뒷받침 된다면 지금 당장이라고 서킷을 달리더라도 아무런 문제, 부족함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이빙의 경쟁력, 그 외의 것도 챙겨야 할 CTS-V
솔직히 말해 캐딜락 CTS-V의 드라이빙 퍼포먼스에 대해 물음표를 달 필요가 없다. 장거리 주행까지 고려하는 미국 시장의 특성으로 차량의 움직임을 살짝 덜어내는 피드백을 전하기에 일상적인 재미가 다소 반감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V8 엔진의 매력이 너무나 치명적이라 큰 아쉬움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프리미엄 슈퍼 세단으로서 시장에서 대중들의 이목을 끌 만한 한방이 다소 부족하다는 점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 실내 구성이나 디자인 부분에서 조금 더 높은 상품성을 마련한다면 CTS-V는 '당연히 해야 할 선택'이라는 평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한국일보 모클팀 - 이재환 기자 / 박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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