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심은 소나무와 느티나무가 미세먼지를 줄여준대요.”
바람이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가 뚝 떨어진 27일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 제2매립장. 곡괭이와 삽을 손에 든 초등학교 5학년 유현성군과 4학년 이정혁군은 추운 줄 모르고 돌 섞인 땅을 파고 또 팠다. 패인 땅에 비료와 소나무 묘목을 넣은 두 학생은 묘목 주위 땅을 수십 차례 밟았다. 유군은 “나무가 잘 자랐으면 좋겠다”며 “(나무를) 보러 또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곳에선 어른들도 분주했다. 수도권매립지와 가까운 경기 김포시에 거주하는 고미란(34)씨는 아들과 아들 친구 둘에게 소나무와 느티나무, 미세먼지 등에 대한 설명으로 바빴다. 아이들에게 “미세먼지가 있는 날은 나가서 놀 수 없지?”라고 질문을 던진 고씨는 이어 “우리가 심는 소나무와 느티나무는 미세먼지를 많이 없애준대”라고 설명했다. 고씨는 “아이들이 나무를 심는 이유를 알고 심었으면 해서 자세히 말해줬다”며 “오늘 나무를 많이 심었는데, 미세먼지를 조금이라도 줄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도권매립지에선 ‘한화 태양의 숲 7호: 미세먼지 방지 숲’ 조성을 위한 식수 행사가 열린 이날 현장 분위기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757대 1’의 경쟁을 뚫고 뽑힌 시민 70명과 한화그룹 임직원 등 100여명이 참가한 이날 하루에만 소나무 250그루와 느티나무 250그루 등 500그루가 심어졌다. 이어 향후 한달 간 매립지 내 2만㎡ 땅에 5,500그루가 추가로 심어질 예정이다. 이들 나무는 한화그룹이 태양광 패널을 기증한 국내 친환경 묘목장에서 자란 묘목이다.
이날 행사는 한화와 2011년부터 파트너십을 맺고 국내외에서 친환경 숲을 조성하는 ‘한화 태양의 숲’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사회적 기업 트리플래닛의 도움이 컸다. 김형수 트리플래닛 대표는 “수도권매립지는 중국발 미세먼지가 수도권으로 유입되는 바람 길에 위치하고 있다”라며 “소나무와 느티나무는 미세먼지가 저감 효과가 탁월한 수종으로, 다른 묘목처럼 화석연료가 아닌 대체에너지로 깨끗하게 키워져 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화는 2012년 몽골 토진나르스 자연보호구역 60만㎡ 땅에 나무 23만 그루를 심어 ‘1호 숲: 사막화 방지 숲’을 만든 것을 시작으로 매년 사막화 방지와 대기 정화를 위한 태양의 숲 1곳씩을 조성하고 있다. 2013년 중국 닝샤자치구 마오쓰 사막지역에 2호 숲을, 2014년 서울 우신초등학교에 3호 숲을, 2015년 닝샤자치구 징롱초등학교에 4호 숲을 조성했다. 2016년에는 충남 서산 한화이글스 2군 구장과 마오쓰 사막지역에 5호, 6호 숲을 각각 만들었다. 7호 숲까지 더하면 태양의 숲은 축구장 180개(133만㎡) 규모에 달한다. 심은 나무만 현재까지 49만9,000그루에 달한다.
최선목 한화커뮤니케이션위원회 사장은 “태양의 숲은 올해 유엔본부에서 열린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고위급 정치포럼’ 부대행사에서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을 위한 파트너십 모범사례로 소개됐다”며 “앞으로 국내에 조성될 태양의 숲에는 모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친환경 묘목장의 나무들이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ㆍ사진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