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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감당 안돼 다 나갈 판… 유턴기업 지원은 부질없는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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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감당 안돼 다 나갈 판… 유턴기업 지원은 부질없는 대책”

입력
2018.10.31 04:4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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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너지는 한국경제 현장] 

 산단 업체 “최저임금 너무 올라” 

 해외 이전하거나 매각 추진 속출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유(U)턴이요? 다 나가야 살 판에 누가 들어오겠습니까.”

지난 26일 경북 경산의 한 산업단지 사무실에서 만난 자동차부품업체의 A 대표이사는 최근 정부의 U턴기업 지원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내년엔 우리 회사도 베트남으로 생산공장 이전을 본격화할 방침”이라며 “지금 같은 상황에선 나가면 나갔지 들어올 기업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가 U턴기업 지원책에 대해 무용론을 펴는 것은 최저임금 인상 등 비용 충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A 대표는 대뜸 “내년 최저임금이 얼마인 줄 아느냐?”고 물었다. 8,350원이라고 답하자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최저임금 1만원 시대는 사실 내년이면 달성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계산기를 들어 내년 10.9% 인상된 최저임금 8,350원에 6일을 곱해 5만100원을 구한 뒤 이를 다시 5일로 나눠 ‘1만20원’을 보여줬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1주일 동안 규정된 근무시간(주 40시간)을 채운 근로자에겐 하루 이상 유급 휴일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어 5일 근무하면 6일치 주급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A 대표는 “주휴수당제도를 운영하는 나라가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글로벌 가격 경쟁력에서 한국은 이미 뒤처지고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년 간 최저임금이 30% 정도 올랐는데 우리 같이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는 곳은 야간수당을 15% 가량 더 줘야 해 사실상 40% 정도 인상된 꼴”이라고 덧붙였다.

A 대표가 베트남으로 생산공장을 이전하려는 이유는 살기 위해서다. 그는 “내년 최저임금이 또 오르면 인건비 부담이 매출의 50%에 육박하는데 이 정도면 회사를 접어야 한다”며 “베트남에서는 공장을 주야간으로 돌려도 1인당 월급이 34만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선 월 250만~300만원은 줘야 한다. 기업인들에게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는 “2차 협력업체 상당수가 해외진출을 타진 중”이라며 “이런 상황이니 국내에서 투자와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해외진출이 여의치 않자 매각을 추진하는 기업체도 많다. 실제 업계에선 자동차 1차 협력업체 수십여개가 매물로 나왔다는 소문이 파다한 상태다. 여기엔 연매출 1,000억원을 웃도는 상장사는 물론 일부 계열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A 대표는 “1차 협력사들의 순수익률이 3% 정도 되는데 납품가격은 그대로인 반면 최저임금은 급격히 올라 지금은 수익률이 제로”라며 “내년 임금 부담이 가중되면 적자를 보게 돼 당장 얼마라도 건지려 매각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매각이 성사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A 대표는 “내년 오른 최저임금이 실제 적용되면 도산하는 업체가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산=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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