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정비요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자동차보험료가 3% 가량 오를 것으로 보인다. 손해보험사들이 요율 검증 작업으로 본격적인 인상 채비에 나섰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보험 업계 5위인 메리츠화재는 최근 보험개발원에 자동차보험 기본보험료율 검증을 의뢰했다. 메리츠화재가 의뢰한 기본보험료 인상률은 3%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요율 검증을 의뢰한 것은 맞지만 인상 시기를 확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업계 1위인 삼성화재를 비롯해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빅4’ 손보사들도 조만간 보험개발원에 요율 검증을 의뢰한다는 방침이다. 대형 보험사들의 보험료 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중소형사들의 ‘도미노 인상’은 불가피하다.
그 동안 업계에서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수입 보험료 대비 보험금 지출 비율) 악화로 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특히 지난 6월 말 차량 정비요금이 8년 만에 20% 가까이 오르면서 차량 사고 발생시 수리비가 급등한 점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보험개발원은 이로 인해 2% 내외의 보험료 인상 요인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지난 여름 한반도를 덮친 기록적인 폭염과 집중호우로 사고가 늘어난 것도 손해율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자동차보험료는 소비자물가지수에 반영되는 탓에 그간 보험사들은 서로 눈치만 볼 뿐 앞장서 인상에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보험료를 올리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손해율이 치솟으면서 ‘더는 미룰 수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한 손보사 임원은 “정비요금과 최저임금 인상, 2~3인 병실 건보료 적용에 악화된 손해율 지표까지 고려하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통상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해율은 78%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달 기준 삼성화재(90.4%), 현대해상(93.4%) DB손보(92.8%), KB손해보험(94.5%) 등 대형사들의 손해율은 90%를 웃돌았다. 중소형사의 경우 흥국화재와 MG손해보험은 100%도 넘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영업 적자가 올해 연간 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료 인상 요인이 생겼는데도 무작정 억누르다간 부작용이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적자 누적을 그대로 두면 나중에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한꺼번에 보험료가 오를 수 있고, 보험금 지급이 까다로워지는 등 민원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인상폭이다. 업계에서는 적어도 7~8% 인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지만 서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하면 많아야 3% 안팎에서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손보사들이 경쟁적으로 보험료 할인 특약을 도입하는 등 ‘출혈경쟁’을 벌여온 것도 적자 누적에 영향을 미친 만큼 자동차 보험료 인상 요인을 모두 반영하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금융당국 역시 업계의 자구노력을 전제로 한 ‘적정 수준’의 인상까지 막을 수는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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