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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시코의 대미 생존법 “中을 지렛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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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시코의 대미 생존법 “中을 지렛대로”

입력
2018.12.18 16:38
수정
2018.12.18 20:2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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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미판 ‘마샬 플랜’ 내걸고 中 자본 끌여들여 경제 활성화

美 향한 이민 행렬도 줄이면서 지갑 닫고 있는 美에 투자 유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화를 돋우지 마라, 그렇다고 굴복하지도 마라, 일자리 투자에 끌어들여 이민을 막아라.”

오만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처하는 멕시코 새 정부의 ‘줄타기’ 전략이다. 그래도 막무가내로 자국 이익만 챙기는 트럼프를 설득할 수 없다면? 덩치 큰 경쟁자를 불러 미국과 맞서게 하라. 바로 중국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미국과의 국경에 집결해 있는 수천 명 이민자를 집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멕시코의 마지막 선택”이라고 전했다.

멕시코의 해법은 중미판 ‘마셜 플랜’으로 통한다. 미국이 돈을 쏟아 부어 2차 대전으로 쑥대밭이 된 유럽을 살렸듯, 중미 지역과 멕시코 남부를 개발해 이민자 행렬(카라반)이 아예 미국으로 향하지 않도록 삶의 터전을 마련하는 것이다. 투입 예산만 300억달러(약 33조8,8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전임자가 트럼프 대통령 위협에 못 이겨 국경을 통제하는 데 급급하던 것과 달리, 이달 1일 취임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ㆍ암로) 대통령이 제시한 발상의 전환이다. 장벽을 세우고, 병력을 배치하고, 대외 원조를 끊어 이민자를 차단하려는 트럼프의 치졸한 방식과는 차원이 다르다. 문제의 근본을 해결하자는 것이다.

그렇다고 국경을 맞댄 미국과 감히 정면승부를 벌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멕시코 새 좌파 정부는 보수주의 신념으로 가득 찬 트럼프 대통령과 정반대의 정치 노선을 표방하는 만큼, 변덕이 죽 끓는 듯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언제든 불똥이 튈 수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반면 이민자를 모두 수용시설로 옮기자니,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협박에 굴복하는 꼴이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래서 내놓은 게 남미판 ‘마셜 플랜’이다. 중미와 멕시코 남부에 인프라를 늘리고 에너지를 개발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면 경제를 활성화하고 고질적인 카라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물론 관건은 미국의 반발이다. 대외원조에 인색한 트럼프 대통령이 막대한 비용을 부담할 것으로 기대하는 건 애당초 무리다. 하지만 중국을 지렛대로 사용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중국이 얼마나 호응해 줄지는 모르지만, 중국은 멕시코 뜻대로 각종 인프라 건설 지원에 나서려고 할 경우 미국도 어쩔 수 없이 멕시코가 주도하는 구도로 끌려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중국은 이미 중미 국가들이 대만과 단교하고 자신들과 수교하도록 압박하면서 미국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눈엣가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처럼 미중 양국의 경쟁관계를 이용해 입지를 넓히는 것이 암로 대통령이 선택한 생존방식이다. 멕시코가 당연히 미국의 우방이라고 간주해 온 통념을 뒤집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끼를 제대로 물고 중국과 맞선다면 오히려 문제 해결의 물꼬가 수월하게 트이면서 멕시코엔 기회가 될 수 있다. 개성이 뚜렷한 양국 대통령이 정치성향은 상극이지만 모두 뿌리 깊은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저돌적인 스타일이라 가능한 일이다.

덩컨 우드 우드로윌슨센터 멕시코 연구소장은 NYT에 “멀리 떨어진 중국은 남미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반면 코앞에 있는 미국은 지갑을 닫으면서, 이 지역에서 미국과 중국의 경쟁구도가 오랫동안 지속됐다”며 “트럼프와 암로 대통령은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다”고 분석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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