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거의 미치기 직전이었다.” 아내 입국을 위해 기자회견을 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호소했던 남편 알리 하산(22)은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내 샤이마 스윌레(21)는 죽어가는 두 살배기 아들을 만나기 위해 입국을 시도했지만, 미국 정부의 ‘무슬림 입국금지’ 행정명령에 가로막혀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버티던 미국 행정부는 남편 하산과 인권단체들의 호소에 빗장을 예외적으로 풀었고, 스윌레는 아들과 상봉했다.
CNN 등 미국 언론은 입국 비자를 받지 못하던 예멘인 엄마가 20일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어린이병원에서 아들 압둘라 하산(2)을 만났다고 보도했다. 아들 하산은 저수초형성 신경증이라는 희소병을 태어났을 때부터 앓아왔으며, 현재는 생명유지장치에 의존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아들과 상봉한 스윌레는 만남의 기쁨에 눈물을 흘렸지만 죽어가는 아들에 대한 슬픔에 다시 울었다.
보도에 따르면 스윌레가 아들과 이별해야 했던 시기는 지난 8월이다. 미국 시민권을 가진 남편 하산이 아들 치료를 위해 아내와 함께 입국을 시도했지만 입국 비자는 거부됐다. 예멘을 포함한 이슬람권 6개국 입국을 제한한 행정명령 때문이다. 이후 무슬림 인권단체들이 발 벗고 나서 이들의 사연을 알렸고, 남편 하산은 인도적 차원에서 입국을 허용해달라고 호소했다. 미 국무부가 이를 수용했고 스윌레는 입국이 좌절된 후 넉 달이 지난 19일에야 입국할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스윌레와 아들 하산이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 하산이 앓고 있는 병 때문이다. 의료진은 아들 하산의 병이 치료될 가망이 없다고 알려왔고 가족은 아들의 생명유지장치를 떼어내기로 마음먹었다고 전해졌다. CNN은 미국에서 스윌레의 입국 비용뿐 아니라 아들 하산의 장례 비용을 지원하기 위한 모금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비록 두 살배기 아기는 비극적 운명을 앞두고 있지만, 가족과 미국 시민들의 노력 끝에 엄마의 품에 다시 안길 수 있게 됐다. 남편 하산은 CNN과 인터뷰에서 “모든 가족은 함께 있어야 한다. 떨어져 지내도 되는 가족은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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