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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AI 발전하려면 개인정보법 고쳐야… 데이터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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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AI 발전하려면 개인정보법 고쳐야… 데이터 중요”

입력
2018.12.31 13:45
수정
2019.01.02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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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인공지능연구원장
김진형 인공지능연구원장

14일 경기 성남시 인공지능연구원(AIRI)에서 만난 김진형(69) 원장은 인공지능(AI) 기술에서 데이터가 갖는 중요성을 강조하며 “국내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특히 AI 기술의 근간이 되는 데이터 수집에 우리 법과 사회가 좀 더 관대해지지 않으면, 발전은 요원할 것이라 강조했다. 최근 각종 미디어에서 언급되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도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김 원장은 서울대와 미국 UCLA에서 공학, 전산학을 전공하고 1985년부터 30년간 카이스트(KAIST) 전산학과 교수를 지낸 IT 전문가로, 국내 AI계 ‘1세대 전문가’로 평가된다. 카이스트 인공지능센터 소장, 한국인지과학회 회장, 소프트웨어진흥원 이사, 한국정보과학회 회장,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고, 2016년 AIRI 초대 원장에 부임했다. AIRI는 2016년 삼성, LG, KT 등 국내 7개 대기업이 출자해 출범한 AI 연구개발 전문기업이다. 아래는 김 원장과의 일문일답.

-AIRI를 시작한 계기는

“’우리도 인공지능(AI)을 해보자’는 얘기는 과거부터 꾸준히 있었다. 문제는 (이를 실행에 옮길) 연구소가 없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전자통신 중심, 키스트(KIST)는 과학 기술 전체를 다룬다. 그러다 2016년 알파고가 ‘빵’ 터졌다. 산업계 전반에서 AI 개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했다. 나는 3,4년 전부터 ‘인공지능 하자’고 말하고 다녔다. 자연스럽게 여기 책임자를 맡게 됐다. 2016년 7월 연구소 법인을 세웠다.”

-알파고 바둑 대국, 정말 재미있게 봤다

“당시 대다수가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점쳤다. 나는 반대였다. 알파고가 이길 거라 확신했다. AI는 감정 기복 없이 항상 잘한다. 하지만 사람은 아니다. 헷갈리거나, 조금만 불리해지면 흥분하고, (판을) 엉망으로 만든다.”

-AI를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사람이 생각한 걸 컴퓨터가 옮겨주는 것’이다. AI는 컴퓨터가 빨라지고, 용량이 커지면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컴퓨터의 데이터 분석 방법(알고리즘) 기술이 빠르게 발전한 것도 한몫 했다. 이제는 기계가 스스로 배우고 익힌다.

AI의 또 다른 특징은 ‘요소 기술’이다. 자율주행 자동차나 3D 프린터 기술은 그 자체로는 굉장하지만, 결국 ‘단위 기술’이다. 무엇을 하려고 만들었는지 목표가 명확하다. 하지만 AI는 무인 운전이나 물품 인쇄처럼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 자체가 ‘목표’인 것이다.“

-AI는 ‘4차 산업혁명’을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은 독일의 클라우스 슈밥(‘세계경제포럼’ 창립자)이 2015년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의 연차총회)’에서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3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컴퓨터인데, 여기에 지금까지 모든 기술을 합치면 4차 산업혁명이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정의가 학계, 업계에선 통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저 한 단체 회장의 의견일 뿐이다. ‘4차 산업혁명’은 특히 우리나라에서 자주 쓰이는데, 순전히 때가 잘 맞았기 때문이다. 슈밥이 이 단어를 언급하고 얼마 뒤 알파고와 이 9단의 ‘세기의 대국’이 열렸다. AI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다. 동시에 ‘4차 산업혁명’이란 말도 대중화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혁명’이란 단어가 온당하려면 나중에 돌이켜봤을 때도 ‘참 혁명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AI 강국인가

“약소국이다. 무엇보다 컴퓨터 기술이 약하다. 관련 인력이 많이 배출되지 않는다. 미국 스탠퍼드 공과대는 전체 학생 1,600명 중 700명이 컴퓨터 전공이다. 10년 전엔 불과 120명이었다. (컴퓨터 기술에 대한) 세상의 요구가 커지면서 정원이 늘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올해 기준)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전체 학생 수는 300명 수준이다. 이 수가 절대 안 변한다. 대학교수들 간 ‘밥그릇’ 싸움 때문이다. 어느 교수가 ‘조선업 망했으니 조선공학과 학생들 다 컴퓨터로 데려가라’ 이렇게 말하겠나. 우리나라는 변화를 못 하는 나라다. 대기업 직원, 공무원, 교수 등이 자신의 기득권을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 체제도 변한다.”

-AI 발전에 필요한 생태계는 뭔가

“데이터의 양과 질이 좋은 AI와 나쁜 AI를 결정한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데이터를 보유한 나라는 어딜까. (미국의) 구글이다. 구글은 이른바 ‘공짜 전략’으로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엄청나게 수집했다.

데이터엔 편견이 삽입된다. 예를 들어 AI는 어떤 판단을 내릴 때 ‘인종차별’처럼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주제를 걸러내지 못 한다. 그게 왜 문제인지도 모를뿐더러, 판단의 근간이 되는 데이터 자체가 사람의 편견으로 ‘오염’돼 있어서다. 콩 심은 데선 콩 나고, 팥 심은 데선 팥 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AI는 매우 정치적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반대다. 활용할 데이터조차 없다. 법으로 못 쓰게 해놨다. 우리나라에서 AI 기술이 발전하려면 개인정보보호법부터 고쳐야 한다. 데이터 수집에 관대해져야 한다. 예를 들어 데이터를 암호화해 보관하면 개인정보로 보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정치권 반발 등으로 이게 쉽지 않다. 아예 시작을 못 한다. 여전히 (정부 관료, 대기업 임원 등) 고위층이 ‘제조업 마인드’라는 점도 문제다. 새로운 기술 받아들이는 데 너무 경직돼 있다. 융통성이 없다.”

김진형 인공지능연구원장
김진형 인공지능연구원장

-AI의 발전은 ‘절대선’인가

“AI가 극도로 발전한 사회는 낙원일까, 지옥일까. 솔직히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세상이 오는 건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지금처럼 AI를 경쟁적으로 개발하는 상황에선 전 세계 국가가 ‘우리 AI 개발하지 맙시다’라고 합의하지 않는 이상, 아니 합의해도 (개발 중단이) 불가능할 것이다. 중국이 AI 개발에 열을 올리는데, 라이벌인 미국이 그저 지켜 볼까?

발달한 AI는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다. 이는 매우 현실적인 문제다. 주식시장에서 로보어드바이저(컴퓨터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어떤 투자 상품에 가입하면 좋을지 추천해 주는 서비스)는 사람보다 훨씬 돈을 잘 번다. 세계적인 증권업체 ‘골드만삭스’가 트레이더 600명 중 관리직 2명만 남기고 모조리 해고한 건 이유가 있다. ‘아마존’은 손님이 물건을 사면 AI가 자동 계산하는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계산원이 필요 없다. 참고로 우리 회사 문 앞에도 AI 안내 기계가 설치돼 있다.

일부는 이런 흐름에 불만을 품을 것이다. 하지만 큰 틀에서 봐야 한다. 1차 산업혁명 때 영국 사람들이 기계화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러다이트 운동). 닥치는 대로 기계를 부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기계화 이후 인간은 기계를 관리하는 새로운 일자리를 얻게 됐다.

다만 부의 양극화는 우려되는 지점이다. 생산이 지속되면, 부는 증가한다. 문제는 기계는 부를 소비하지 않는데, 사람은 소비한다는 점이다. 가진 사람의 배만 점점 부를 수 있다는 얘기다.”

-내년 인공지능 트렌드는 뭘까

“지금보다 훨씬 실용적이고, 놀라운 서비스가 내년엔 일상화할 가능성이 높다. AI는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한 것이다. 구글이 보내주는 소식지를 보면 이미 별의 별 곳에서 AI가 쓰이고 있다. 머지 않아 킬러 어플리케이션(앱), 킬러 서비스가 나타날 것이다. (사무실에 있는) AI 스피커도 굉장한 킬러 서비스다. 아직 덜 성숙한 게 아쉽지만.

AI 개발에 박차를 가한 중국의 부상도 주목할 부분이다. 중국의 인터넷 인구는 약 8억 명이다. 심지어 데이터 수집도 자유롭다. AI 분야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향후 센터 목표는

“외국에서 대중화한 AI를 국내에서도 많은 사람이 쓰게 하는 것이다. 외국이 했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가기는 어렵지만, 바짝 쫓아가는 건 가능하다. 기술의 민주화 때문이다. 요즘 웬만한 소프트웨어는 대중에 공개돼 누구나 쓸 수 있다. 문제는 데이터다. 아무리 소프트웨어가 좋아도, 우리나라 사람의 데이터를 모으지 않으면 우리나라에 맞는 AI 기술을 개발하기 어렵다.

‘저기서 멋있는 게 했으니, 우리도 하자’는 게 모토다. 우리는 과학자보다 엔지니어를 원한다. 최근 직원 3명이 포스코에 파견을 나갔다. 용광로에서 부글부글 쇳물이 끓는데, 더운 바람 때문에 쇳물이 잘 녹았는지 확인이 어렵다. 오로지 숙련된 작업자의 ‘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일은 그런 ‘감’을 숫자로 풀어 AI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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