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여야 3당 원내대표 비공개 회동도 진전 없이 끝나
27일 패스트트랙 처리 의결할 듯… 법안 상정까지 최장 330일
위험의 외주화 방지 ‘김용균법’… 한국당 신중론에 처리 불투명
여야가 사립유치원 회계 투명성을 위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의 연내 처리 합의에 또 실패했다. 유치원 비리 사태가 학부모 등 국민의 공분을 샀지만, 비리 근절책을 담은 법안처리에 국회가 제 역할을 못하면서 국민의 정치불신은 더욱 커지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결국 바른미래당과 손잡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지만, 자유한국당이 “본회의를 거부하겠다는 것”이냐며 반발해 현안처리 후폭풍도 예상된다. ‘위험의 외주화 방지’ 법안인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도 ‘신중론’을 내건 한국당 제동으로 연내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국민 지지가 높은 민생법안 해결 없이 결국 ‘빈손’ 국회로 끝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회 교육위는 26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유치원 3법 처리 합의에 실패했다. 이찬열 교육위원장은 본회의 당일인 27일 오전 10시 전체회의를 다시 소집하겠다며 원내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간 막판 조율의 여지를 남겼다. 당초 이날 오전 9시를 협상의 마감선으로 정했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며 하루 더 남겼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국회는 석 달 가까이 제자리 걸음”이라며 “국민이 국회는 뭐하는 곳인지 묻고 있다”고 토로했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앞서 지난 20일까지 6차례 교육위 법안소위에서 맞섰지만 시각 차만 재확인했다. 민주당은 국가 지원금과 학부모 부담금의 회계 단일화와 교비 목적 아닌 사용에 형사처벌을 강조한 반면, 한국당은 국가지원회계와 일반회계 이원화와 유용시 형벌 적용 반대로 맞서왔다. 이에 바른미래당 간사 임재훈 의원이 회계일원화와 지원금 유지, 벌칙 조항 신설 및 시행 유예 등의 중재안을 냈지만 한국당은 받지 않고 있다. 이날 오후 다시 열린 교육위 법안심사소위도 공전으로 끝났다. 이어진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 간의 1시간여 비공개 회동도 진전 없이 끝났다. 27일 본회의 당일 오전 10시 막판 벼랑 끝 조율이 성사될 가능성도 현재로선 낮다는 관측이다.
결국 유치원 3법이 민주당(7인)ㆍ바른미래당(2인) 교육위 의원의 합세로 패스트트랙(3분의 2 이상 동의로 지정)에 오를 가능성이 유력하다. 상임위 심의ㆍ의결을 거치지 않고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는 방식이다. 그 과정에 법안은 상임위에서 180일, 법제사법위에서 90일, 본회의에서 60일까지 머물 수 있어 상정까지 최장 330일이 걸린다. 되레 법안처리가 더 지연될 수 있다. 한국당은 “’슬로우트랙’이 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중재안의 처벌 1년 유예까지 감안하면 법안 처리에 반대해온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2년의 시간을 버는 셈이다. 결국 승자는 한유총이란 평도 나온다.
패스트트랙 지정에 따른 후폭풍도 예상된다. 당장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와 사법개혁특별위 등 연말까지인 6개 특위 활동기한 연장 등 본회의 처리에 필요한 현안에 한국당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등에서 “패스트트랙을 일방적으로 태운다면 본회의를 거부하는 것과 다름없다. 오만함을 지적한다”고 반발했다. 이에 따라 패스트트랙도 청와대 특별감찰반 사태 관련, 한국당의 국회 운영위 소집 요구와 더불어 연말 국회의 주요 변수가 됐다.
여야가 접점을 찾아가던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의 연내 통과도 먹구름이 짙게 드리웠다. 환경노동위원회는 고용노동소위를 열어 일명 ‘김용균법’을 논의했으나 도급금지 책임 강화와 양벌 규정 등 대목에서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 27일 논의를 재개하기로 했다. 더욱이 한국당이 이날 공개토론회를 제안하면서 연내 통과는 힘들어졌다. 임이자 한국당 의원은 “너무 어려운 법안이라 심사숙고를 위한 것이니 반대한다는 오해가 없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회의장을 찾은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는 “정말 잘 되어야 하는데, 기다리기 너무 답답하다”며 내내 눈물을 쏟았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석경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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