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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파일럿이여 어깨를 펴라’ 혼다 뉴 파일럿 엘리트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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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파일럿이여 어깨를 펴라’ 혼다 뉴 파일럿 엘리트 시승기

입력
2018.12.27 14:55
수정
2018.12.2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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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뉴 파일럿은 더욱 매력적인 대형 SUV가 되었다.
혼다 뉴 파일럿은 더욱 매력적인 대형 SUV가 되었다.

2002년, 미국 시장에서 대형 SUV에 대한 수요가 커짐에 따라 혼다는 1세대 파일럿을 공개했다.

그리고 첫 해에 5만 2천 여대의 판매고를 올렸고, 이후 2017년까지 단 3년(2002, 2008, 2009)을 제외하고는 매년 10만대 이상의 판매를 올리며 미국 내 중형 SUV(국내에서는 대형 SUV) 부분에서 명확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파일럿의 행보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 데뷔 이후 미디어들에게는 호평을 받았지만 시장에서는 독일에서 온 수입차량들은 물론이고 북미 시장에서는 명확한 대척점이라 할 수 있는 포드 익스플로러 등에 기가 눌려 있는 상황이 지금껏 이어져 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혼다 코리아는 9단 변속기와 사양을 개선한 ‘뉴 파일럿’을 선보였다. 과연 혼다 뉴 파일럿은 국내 시장에서 그 날개를 펼칠 수 있을까?

혼다 뉴 파일럿은 미국에서는 ‘중형 SUV’로 분류되며 한국에서는 ‘대형 SUV’로 분류된다.

실제 5,005mm의 전장과 1,995mm의 전폭 그리고 1,795mm의 전고를 갖춰 시장에서의 경쟁 모델들과 그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이다. 거대한 체격에 어울리는 공간을 위해 2,820mm의 휠베이스를 확보했고, 공차중량은 혼다의 지능형 AWD 시스템인 ‘i-VTM4’ 시스템 등을 얹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차중량을 1,965kg*에서 묶어냈다.(*엘리트 트림 기준)

더욱 깔끔한 익스트림-H를 품다

도심형 SUV의 존재감을 앞세웠던 1세대 파일럿에 이어 2세대 파일럿은 박시한 스타일을 앞세우며 도심 속을 달리는 ‘오프로더’의 감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리고 이번의 3세대 모델은 한층 세련된 도심형 SUV의 감성을 앞세웠다. 그리고 이러한 3세대를 조금 더 다듬은 이번 뉴 파일럿은 기존의 세련된 도심형 SUV의 감성을 이어가며 소소한 변화가 더해졌다.

먼저 뉴 파일럿의 전면 디자인에 있어서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라는 임무에 충실하다. 최신 ‘혼다 디자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새로운 스타일의 ‘익스트림-H 프론트 그릴’을 더하고 심심하게 그려졌던 기존의 범퍼를 조금 더 역동적이고 스포티하게 다듬었다. 이를 통해 도로 위에서의 존재감을 더욱 강조한 모습이다.

개인적으로 헤드라이트의 형상도 조금 더 날렵한 스타일로 변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또 차량의 체격을 고려하고, 부품의 변화 등으로 인한 비용 상승 등을 고려하면 ‘충분히’ 타협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된다.

측면의 모습은 큰 변화는 없다. 현행의 파일럿이 전장 대비 전고가 높은 편이라 전장이 다소 짧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하지만 전반적인 라인 처리 등이 세련된 판이라 전체적인 만족감은 우수하다. 특히 뒤쪽으로 갈수록 조금씩 각도를 끌어 올려 긴장감을 강조한 것은 무척 인상적이다.

후면 디자인은 새롭게 다듬어진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를 더해 시각적인 명료함을 더욱 강조하고, 리어 범퍼 하단에 스키드 플레이트를 새롭게 추가하며 SUV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한 것이 가장 큰 변화점이라 할 수 있다. 이외에는 기존의 파일럿과 차이가 없다. 참고로 ‘ㄱ’ 형태의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는 혼다 SUV들의 공통된 디자인 패턴이다.

깔끔하고 넉넉한 공간

혼다 뉴 파일럿의 실내 공간은 기존 파일럿 대비 시각적인 변화는 크지 않다.

하지만 기존의 파일럿 자체로도 워낙 뛰어난 패키징을 갖춰 넉넉한 공간과 함께 만족스러운 기능을 지원해왔다. 실제 공간감과 개방감이 돋보이는 좌우대칭의 대시보드와 깔끔한 센터페시아로 구성되었고, 여기에 시인성과 조작성을 확보한 계기판과 센터페시아를 배치해 시각적인 여유는 물론이고 기능의 활용성을 높였다.

디지털 디스플레이 패널로 구성된 계기판은 RPM의 표시가 상단에 있어 과거 S2000의 느낌이 나기도 하며 높은 시인성을 경험할 수 있다. 여기에 스포크의 디자인 및 형상을 개선한 4-스포크 스티어링 휠을 적용했다.

기능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기존의 파일럿과 큰 차이가 없다고 하지만 시각적인 만족감이 높아졌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있어서 기존보다 훨씬 개선된 그래픽 표현을 통해 체감되는 만족감이 높아졌고, 오딧세이에서 눈길을 끌었던 캐빈토크 기능 또한 새롭게 추가되었다.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오디오 시스템은 평이한 수준이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불편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공간에 대해서는 의문 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큰 체격, 긴 전장과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1열 공간은 물론 2열 공간까지 넓은 공간을 완성했다. 특히 좌석을 가리지 않고 레그룸과 헤드룸을 모두 확보한 점이 인상적이다. 게다가 시트의 쿠션감도 우수한 편이라 장거리 주행에도 부족함이 없다. 이외에도 1열 시트 사이에 위치한 센터 콘솔은 평평한 구조로 짐을 두기도 좋고 적재 용량도 크기 때문에 무척 편리하다.

7인승 사양으로 마련된 뉴 파일럿은 2열 공간의 만족감을 크게 끌어 올렸다. 넉넉한 공간과 풍성한 쿠션감이 느껴지는 시트는 물론이고 손쉽게 조작할 수 있는 워크-인 버튼과 폴딩 기능, 2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적재 및 수납 공간 등을 다양하게 갖췄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장거리 여정을 떠나는 가족, 단체에게 최적의 만족감을 선사할 수 있다.

뉴 파일럿의 가치는 3열 공간에서 나타난다.

보통 3열 구조의 차량들이 2열과 3열의 공간 확보에 미숙한 경우가 있는데 파일럿은 그 단 1%의 아쉬움도 느껴지지 않는다. 우선 2열 시트를 기본 위치에 두었을 때에도 3열 시트에 성인 남성이 만족스럽게 앉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고 시트의 형태 역시 체격을 가리지 않고 제법 만족스러운 ‘자세’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미국 시장에서 탄생해, 미국 시장에서 사랑 받는 모델인 만큼 적재 공간에 있어서도 확실한 매력을 어필한다. 여느 3열 SUV들처럼, 3열의 시트들을 모두 사용할 때야 적재 공간의 매력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3열 시트와 2열 시트까지 모두 접었을 때에는 2,376L에 이르는 넉넉한 공간이 확보되어 어지간한 ‘짐들’은 충분히 옮길 수 있다. 게다가 북미에서는 ‘측정 방식’에 따라 최대 3,072L까지 확보된다고 하니 그 공간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V6에 대한 고집, 그리고 9단 변속기

최근 자동차 시장의 화두는 다운사이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중량급 SUV들은 여전히 대배기량 엔진을 고집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혼다 역시 뉴 파일럿에서 V6 엔진을 그대로 고수하는 모습이다.

과거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온 혼다의 V6 3.5L i-VTEC 엔진은 최고 출력 284마력과 36.2kg.m의 풍부한 토크를 내며 버튼 방식의 9단 자동변속기와 지능형 AWD 시스템인 ‘i-VTM4’를 통해 네 바퀴에 출력을 전달한다.

이를 통해 뉴 파일럿은 리터 당 8.4km의 복합 연비를 갖췄다.(도심 7.4km/L 고속 10.0km/L)

더욱 높은 완성도를 과시하는 뉴 파일럿

자동차는 자고로 달려봐야 그 가치를 알 수 있다.

과거 한 자동차 회사에 부임한 외국인 임원은 ‘시승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차량을 구매하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질겁을 한 이력이 있을 정도다. 그 만큼 자동차를 판단하는데 있어서, 멈춰 있을 때의 차량과 달리고 있을 때의 차량은 완벽한 차이를 보인다.

뉴 파일럿 또한 그러한 좋은 예다. 사실 그 누구라도 뉴 파일럿을 바라본다면 거대한 체격에 운전하기도 부담스럽고 또 둔하고, 답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첫인상’이고 또 ‘선입견’에 불과한 내용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차량의 매력을 느끼기 위해서는 뉴 파일럿과 함께 달려봐야 한다는 것이다.

뉴 파일럿은 정말 거대한 차량이지만 창문의 크기도 크고 전체적으로 운전자 시야와 함께 개방감에 많이 신경을 쓴 모습이다. 덕분에 룸미러로 보이는 시야가 다소 좁은 것 외에는 주행 시야 및 주변 시아갸 상당히 넓은 편이다. 참고로 버튼 방식의 기어 시프트는 이미 어코드, 오딧세이에서 경험했기에 조작의 어려움은 없다. 되려 실내 공간의 개방감이 상당히 넓어진 부분에서 만족스럽다.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자연흡기 엔진 고유의 매끄럽고 기민한 반응과 함께 출력이 전개된다. 차량 체형과 특성 상 가속력이 폭발적이거나 기민한 편은 아니지만 발진 이후 느껴지는 가속력이나 고 RPM에 이를수록 생기가 살아나는 엔진의 질감은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게다가 속도가 높아지는 과정에서 들려오는 사운드도 무척 매력적인 부분이다.

실제 혼다의 V6 엔진은 파일럿 외에도 어코드와 레전드, 그리고 나아가 어큐라 브랜드 등에서도 많이 애용되는 엔진인데 ‘대중적’인 감성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조작에 따라 충분히 스포티한 감성을 누릴 수 있는 매력적인 엔진이다. 과거의 VTEC처럼 강렬함은 조금 부족하지만 여전히 고 RPM 영역에서 느껴지는 상쾌함은 2톤의 무게를 충분히 잊게 만든다.

여기에 i-VTM4 시스템에 대한 칭찬을 하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다. 통상의 AWD 시스템은 노면, 주행 상황을 인지하고 그 이후에 구동력을 배분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혼다 뉴 파일럿은 코너 진입과 동시에 네 바퀴 구동력을 부드럽고, 빠르게 조율하며 구동력이 분산, 조율되는 과정에서 간간히 느껴지는 ‘이질감’ 등을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이렇게 되는 뉴 파일럿의 큰 체격에도 불구하고 자신감 있게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을 수 있었다.

국내 사양에는 이번에 적용된 9단 변속기는 철저하게 고속 주행 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셋업이다. 실제 90km/h의 속도로 달리는 자유로 주행 시에도 9단이 아닌 8단의 기어비를 택하는 모습이다. 기본적인 변속 속도나 변속 상황에서의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각이 무척이나 만족스러우며, 스포츠 모드에서는 적극적으로 RPM을 활용하는 ‘선명한 태세 전환’을 선보이며 그 매력을 한껏 강조하다.

뉴 파일럿의 움직임은 기존의 파일럿과 큰 차이가 없다. 통상 이정도 체격의 SUV들은 대다수가 미니밴과 비슷한 셋업을 지향한다. 즉, 승차감 쪽에 초점을 맞춰 조향은 물론 차량의 움직임에서도 여유를 두는 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때때로 혼다 특유의 경쾌함 또한 경험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실제로 대다수의 상황에서는 실내 공간에 전해지는 충격을 적극적으로 걸러내는 편이지만 스티어링 휠 조향에 따른 차량의 반응도 빠른 편이고 달리는 상황에서는 승차감을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롤링을 최대한 제한하려는 모습이다. 이러한 세팅은 결국 혼다 고유의 감성으로 발전된다.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도 높은 일체감을 선사해 대형 SUV임에도 혼다 특유의 맛이 느껴진다.

파일럿은 운영하는 과정에서 사진처럼 많은 짐이나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할 일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브레이크 셋업에 있어서도 한층 부드럽고 여유로운 구성을 갖췄다. 덕분에 차량에 익숙하지 않는 운전자라도 뉴 파일럿을 주행하는 과정에서 ‘급작스러운 움직임’을 경험할 일은 크지 않다.

이와 함께 차량에는 지형에 따른 주행 모드를 변경할 수 있는 ‘지능형 지형 관리 시스템’과 혼다 센싱으로 대표되는 다양한 안전 사양이 탑재되어 있으니 다양한 주행 상황 등에서 늘 ‘만족스러운’ 주행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시승을 하며 자유로에서 뉴 파일럿의 효율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V6 엔진을 탑재한 대형 SUV에게 높은 효율성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다단화 변속기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이에 약 34분 동안 자유로를 달렸다. 트립 컴퓨터에는 49.5km의 주행 거리가 계측되었고, 구간 평균 연비는 12.6km/L로 공인 연비나 고속 연비대비 25~50% 정도 개선된 수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수치라 생각되었다.

좋은점: 이미 만족스럽던 파일럿, 그 완성도를 더욱 높이다.

아쉬운점: 시장에서 부족한 인지도 그리고 존재감

더욱 매력적인 존재가 된 혼다 뉴 파일럿

혼다 파일럿은 사실 3세대 모델의 시작부터 무척 인상적이었다. 6단 변속기와 혼다 센싱의 부분적인 적용이 못내 아쉬웠으나 차량 그 자체는 정말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뉴 파일럿은 '그 부족했던 부분'을 충분히 채워낸 존재다.

대형 SUV를 고민하고 있다면 '시승 없이 택하지 말고, 꼭 시승해보라'고 권하고 싶은 존재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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