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MB) 전 대통령 당선 직후 신한은행 측이 당선축하금 명목으로 3억원을 건넸다는 일명 ‘남산 3억원’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사건의 ‘키맨’으로 통하는 핵심 관계자를 불러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조사 미흡을 이유로 재조사 리스트에 올렸던 사건이라 재조사가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13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부장 노만석)는 최근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박중헌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박 전 실장을 상대로 2008년 신한 측이 MB 당선축하금을 이 전 대통령 측에 전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신 전 사장의 횡령 사건 수사 및 재판에서 신한 관계자들의 조직적 위증 여부도 조사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사장의 핵심측근인 박 전 실장은 ‘남산 3억원’ 관련 애초 수사에서도 ‘키맨’으로 지목돼 집중 조사를 받았다.
남산 3억원 의혹은 2010년 9월 신 전 사장이 연루된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의 경영자문료 횡령과 관련된 검찰 수사 과정에서 불거졌다. 회삿돈 일부가 이 전 대통령 측에 전달됐다는 취지의 진술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08년 2월 서울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서 라응찬 당시 신한금융지주 회장 측이 이 전 대통령 측 인사에게 3억원을 전달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었다. 검찰은 당시 수사에서 박 전 실장 등으로부터 “이백순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이 라 회장의 지시라며 돈을 마련하게 했고, 송왕섭 부실장과 남산으로 이동해 미리 와있던 이 전 부사장이 알려준 차량에 돈을 실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하지만 당시 이명박 정부의 검찰은 이 전 부사장 등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했지만 추가 진술을 확보하지 못해 끝내 의혹을 규명하지 못했다. 당시 일본에 체류 중이던 이희건 회장은 90세가 넘는 고령인 점 등을 이유로 출석을 거부했다. 이에 현장검증까지 진행했지만 돈을 받은 당사자가 특정되지 않아 전달된 3억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회삿돈 횡령 혐의에 대해서만 법적 처벌이 이뤄졌다.
미궁에 빠질 뻔하던 사건은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위원장 김갑배)가 재조사 사건 리스트에 올리면서 다시 주목을 받게 됐다. 과거사위는 지난해 11월초 당시 수사팀이 핵심 참고인인 이희건 명예회장에 대한 조사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등의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검찰은 전ㆍ현직 신한 관계자들을 잇달아 불러 조사하는 등 사실상 재조사에 착수했다. 과거사위는 이르면 이번 주 중 최종 권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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