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국가가 정신적 피해 배상”
세월호 참사에서 생존한 단원고 학생과 가족들에게 국가와 선사인 청해진해운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고 희생자 유족과 일반인 생존자에 대한 배상판결은 있었지만 단원고 생존 학생들에 대한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민사1부(부장 손주철)는 세월호 생존자 20명(단원고 학생 16명ㆍ일반인 4명)과 가족 등 모두 76명이 국가와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고 14일 밝혔다.
법원은 생존자 본인 한 명당 8,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고, 단원고 학생 생존자의 부모와 형제ㆍ자매ㆍ조부모에게 400만∼1,600만원을, 일반인 생존자의 배우자와 자녀ㆍ부모ㆍ형제ㆍ자매에게 200만∼3,200만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형사소송에서 인정된 위법행위 등 대부분을 그대로 인용했다.
우선 △당시 구조에 나선 해경이 퇴선 유도조치를 소홀히 했고 △청해진해운은 출항 전 당초 화물 최대치인 1,077톤을 1,065톤 초과한 화물을 적재했으며 △컨테이너 적재 후 바닥에 고정하지 않는 등의 직무 및 업무상 과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은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고 선내에 대기하라”고 하는 등 구호조치 없이 자신들만 퇴선한 위법 행위도 인정했다.
이러한 해경의 직무상 과실 및 청해진해운의 위법행위와 세월호 생존자와 그 가족들이 사고 후 받고 있는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대한민국은 세월호 수습 과정에서 정확한 구조ㆍ수색 정보를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혼란을 초래했다”며 “세월호 사고가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이 중대하고 광범위할 뿐만 아니라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할 필요성이 큰 점 등의 특수한 사정을 참작할 필요가 있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7월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족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와 청해진해운은 희생자 한 명당 2억원, 친부모에게는 각 4,000만원씩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세월호 일반인 생존자 A씨는 국가와 청해진해운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제기했으며, 광주지법 해남지원은 지난달 19일 국가 등은 A씨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판결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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