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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령포ㆍ관풍헌ㆍ장릉…단종의 자취마다 처연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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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령포ㆍ관풍헌ㆍ장릉…단종의 자취마다 처연함만

입력
2019.01.22 18:00
수정
2019.01.22 18:5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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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래산과 선돌 전망대 오르면 영월 동강ㆍ서강 물굽이가 한눈에

단종이 영월로 유배돼 머물렀던 청령포는 울창한 솔숲으로 변했다. 청량한 기운 속에 어린 단종이 느꼈을 고립과 두려움도 감지된다.
단종이 영월로 유배돼 머물렀던 청령포는 울창한 솔숲으로 변했다. 청량한 기운 속에 어린 단종이 느꼈을 고립과 두려움도 감지된다.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은 님 여의옵고 / 내 마음 둘듸 업셔 냇가에 안쟈시니 / 뎌 물도 내 안 갓하야 울어 밤길 예놋다.’ 왕방연의 시조는 17세에 사약을 받은 어린 단종에 대한 애끓는 심정을 담고 있다. 한때 왕방연이 단종을 영월까지 호송하고 돌아가는 길에 지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요즘에는 왕방연을 1457년 사약을 내릴 때 책임을 맡은 의금부도사로 보고 있다. 그러니 ‘여의옵고’는 이별이 아닌 ‘사별’의 애통함이다. 이처럼 단종에 관한 이야기는 정사와 야사, 설화와 전설이 얽히고설켜 애잔함과 비통함을 극대화한다.

영월의 주요 관광지도 대개 그런 단종의 자취를 연결한다. 영월읍내로 들어서기 전 가장 먼저 들르는 곳이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다. 서강 물길이 크게 휘돌아가는 지형이어서 육지 속의 섬이자, 감옥 아닌 감옥이다. 지금도 청령포로 들어가려면 배를 타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청령포 내부에는 복원한 어소(御所)를 비롯해, 단종이 머물렀던 옛터임을 알리기 위해 영조 때 세운 단묘재본부시유지비(端廟在本府時遺址碑), 일반의 출입을 금지한 금표비 등이 남아 있다. 임금이 머문 금단의 땅은 현재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변해 영월의 대표 관광지가 됐다. 솔숲에는 한겨울에도 청량한 기운과 기품이 가득하다. 어소와 주변을 연결한 산책로는 천천히 걸어도 1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서강이 크게 돌아가는 청령포는 배가 없으면 지금도 감옥 아닌 감옥이다.
서강이 크게 돌아가는 청령포는 배가 없으면 지금도 감옥 아닌 감옥이다.
청령포 솔숲은 천천히 걸어도 한 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청령포 솔숲은 천천히 걸어도 한 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영월읍내 한가운데 위치한 관풍헌은 조선시대에 건립한 영월객사의 동헌이다. 노산군으로 강봉돼 청령포로 유배된 단종이 홍수를 피해 잠시 거처를 옮겼다 사약을 받고 숨진 곳이기도 하다. 한때 사찰의 포교당으로 사용해, 가운데 전각에는 ‘약사전(藥師殿)’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마당 한편의 작은 누대가 눈길을 끈다. 원래 매죽루(梅竹樓)였으나 단종이 자신의 처지를 두견에 빗대 애절하게 시를 읊은 곳이라 해서 자규루(子規樓)라 개칭했다.

단종의 묘소인 장릉(莊陵)은 읍내에서 북측으로 약 2km 떨어진 산자락에 있다. 장릉이 왕릉이 되기까지의 과정도 쉽지는 않았다. 사약을 받고 숨진 단종의 시신을 영월호장 엄흥도가 관을 갖추어 장사 지낸 뒤 숨겨오던 묘소는, 200년이 훌쩍 지난 1698년 노산군을 단종으로 복위한 후에야 장릉으로 부르게 되었다. 장릉은 한양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왕릉이다.

영월읍내 중심부에 위치한 관풍헌. 영월객사 건물로 단종이 홍수를 피해 잠시 머물렀던 곳이다.
영월읍내 중심부에 위치한 관풍헌. 영월객사 건물로 단종이 홍수를 피해 잠시 머물렀던 곳이다.
관풍헌 앞마당의 자규루. 단종이 자신의 처지를 시로 읊었다고 전해져 매죽루에서 자규루로 개칭됐다.
관풍헌 앞마당의 자규루. 단종이 자신의 처지를 시로 읊었다고 전해져 매죽루에서 자규루로 개칭됐다.
장릉으로 가는 능선에서 내려다본 정자각.
장릉으로 가는 능선에서 내려다본 정자각.
제사를 지내는 시설인 정자각 뒤편 능선에 장릉까지 가는 산책로가 나 있다.
제사를 지내는 시설인 정자각 뒤편 능선에 장릉까지 가는 산책로가 나 있다.

장릉 입구 홍살문 옆에는 다른 왕릉에는 없는 장판옥과 정려각 건물이 있다. 장판옥은 단종을 위해 목숨을 바친 충신, 조사, 군노, 여인 268인의 위패를 봉안한 곳이고, 정려각은 단종의 시신을 수습한 엄홍도의 충절을 기리는 비각이다. 모두 단종의 애끓는 사연을 극대화하는 시설이다. 장릉 바깥 마을 길에는 여러 도깨비 조각상이 장식돼 있다. 단종의 묘가 숨겨진 산에서 나무를 하려던 노인을 도깨비가 물리친 전설을 함께 전하고 있다. 현재 단종 묘소까지는 능선을 따라 산책하듯 다녀올 수 있다.

◇영월의 산수 전망대, 봉래산과 선돌

영월은 실질적으로 남한강의 시작점이다. 정선에서 흘러온 동강과 평창에서 내려온 서강이 영월읍에서 합류해 비로소 남한강 물줄기를 이뤄 단양, 충주로 흐른다. 동강과 서강이라는 명칭도 결국 ‘영월동강’ ‘영월서강’의 준말인 셈이다. 영월읍내 북측 봉래산(800m)에 오르면 이러한 지형이 한눈에 파악된다.

봉래산 정상에서 본 영월읍내 모습.
봉래산 정상에서 본 영월읍내 모습.
별마로천문대의 천체투영실. 불이 꺼지고 천체가 투시된 후 10분이 지나면 실제 밤하늘을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별마로천문대의 천체투영실. 불이 꺼지고 천체가 투시된 후 10분이 지나면 실제 밤하늘을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별마로천문대에서 망원경으로 달을 관측하는 모습.
별마로천문대에서 망원경으로 달을 관측하는 모습.
망원경에 핸드폰 카메라를 밀착시키면 실제 망원경으로 보는 크기로 달을 촬영할 수 있다.
망원경에 핸드폰 카메라를 밀착시키면 실제 망원경으로 보는 크기로 달을 촬영할 수 있다.

봉래산 꼭대기에는 별마로천문대가 있어 차로 오를 수 있다. 단, 응달 길이고 도로가 좁아 겨울에는 각별히 운전에 주의해야 한다. 제설작업을 하지만 눈이 오는 날은 길을 통제할 수도 있어 천문대 개방 여부를 꼭 확인해야 한다. 별마로천무대는 국내 최초로 일반인 관람을 목적으로 만든 시민천문대다. 예약제로 하루 5회 관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하 천체 투영실에서 가상 별자리 설명을 들은 후, 망원경이 설치된 4층 천체 관측실로 자리를 옮겨 낮에는 태양, 밤에는 별을 관측한다. 관측소 뒤편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은 자체로 영월읍내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조망대다. 봉래산을 호위하듯 둘러싼 영월 정선 평창의 산세도 운치 있다.

청령포 상류 선돌관광지. 석회암이 물에 녹아 특이한 지형이 만들어졌다.
청령포 상류 선돌관광지. 석회암이 물에 녹아 특이한 지형이 만들어졌다.
주차장에서 약 100m만 걸으면 만나는 뜻밖의 풍경이다.
주차장에서 약 100m만 걸으면 만나는 뜻밖의 풍경이다.

영월읍 방절리 선돌관광지는 봉래산에 비해 접근이 한결 수월하다. 장릉에서 약 2km 떨어진 소나기재(320m) 정상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약 100m만 걸으면 예상치 못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깎아지른 낭떠러지 아래로 서강의 물줄기가 휘어지는 지점에 도끼로 쪼갠 듯한 바위가 우뚝 서 있다. 고생대에 형성된 석회암 지층이 물에 깎이면서 형성된 기이한 형태를 신선의 조화에 빗대 신선암이라 부르기도 한다. 단종 유배지 청령포 상류 지점이다.

◇영월 여행 메모

▦중앙고속도로 제천IC에서 영월읍내까지는 대략 40km, 35분가량 걸린다. 고속버스는 동서울터미널에서 하루 12회 운행하며,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무궁화호 열차가 하루 6회 영월역에 정차한다. 버스는 2시간, 기차는 3시간가량 걸린다. 1955년 준공한 영월역은 한옥 형태의 외관이 눈길을 끈다. ▦서부아침시장에서 판매하는 메밀전병, 배추전, 수수부꾸미, 올챙이국수 등은 영월의 대표 음식이다. 장릉 옆 ‘장릉보리밥집’은 전국적으로 소문난 식당이고, 영월역 인근 ‘벌떼식당’은 두부와 만두 전문 음식점이다. 산초 기름에 지진 두부부침이 별미다. 읍내 하송리의 ‘상동막국수’도 지역에서 꽤 이름난 식당이다. 메뉴는 막국수와 메밀김치만두국 두 가지다. 비빔막국수를 반쯤 먹다가 육수를 부으면 물냉면이 된다.

영월=글ㆍ사진 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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