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해 첫 공판이 연기됐다.
기존 변호사가 개인적 사정으로 그만뒀다고 하지만 변호인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양 회장의 변호를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양 회장 첫 공판은 24일 오전 10시 20분 수원지법 성남지원 3호 법정에서 형사1부(최창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양 회장은 갑질과 폭행, 엽기행각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
푸른색 수의를 입은 양 회장은 법정에 들어서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대학교수 공동폭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부하직원들과 인사를 나누는가 하면 방청석에 있는 회사 관계자 등에게는 옅은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양 회장에 대한 공판은 재판 시작 10여 분만에 다음달 21일로 연기됐다. 양 회장이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해서다.
양 회장은 변호인이 없는 이유에 대해 “변호인이 원래 있었는데 집안에 우환이 있어 그만뒀다”며 “속히 사설 변호인을 새로 구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이모 변호사가 있지 않느냐”고 하자 “(이 변호사는) 개인변호사가 아니고 회사 관련 업무를 보는 분”이라며 “현재는 변호인이 없어 속히 선임해서 재판 받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양 회장과 함께 대학교수 폭행에 가담한 4명의 피고인 중 2명도 변호인을 구하지 못했다.
이에 재판부는 “공판기일 지정이 꽤 전에 이뤄졌는데 첫 공판기일에 와서야 국선(변호인)으로 할지, 사선을 선임할지 명확한 입장을 안 밝히면 안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과 관련한 변론 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재판부 질문에 양 회장은“하루속히 변호인을 선임해 답변 드리겠다”고 말했다. 나머지 두 피고인은 국선변호인을 선임한 후 답변하기로 했다.
양 회장 등 변호인을 선임하지 못한 이들은 이후 법정을 빠져나갔다.
이날 공판은 변호인을 선임한 3명의 피고인에 대해서만 진행됐다. 대학교수 폭행에 가담자 2명과 양 회장 부인의 핸드폰을 해킹한 직원 1명 등이다.
이들은 모두 공소사실에 대해 부인했다.
특히 양 회장 부인의 휴대폰을 해킹,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저장해 양 회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진 A씨는 “양 회장 등의 강요에 의한 허위진술”이라며 공소내용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이를 뒷받침해 줄 3명의 증인을 신청했다.
양 회장에 대한 첫 공판은 다음달 21일 오전 11시 같은 법정에서 재개된다.
지난달 5일 구속기소 된 양 회장은 특수강간 및 강요, 상습폭행,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대마), 동물보호법 위반, 총포ㆍ도검ㆍ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법률 위반 등 모두 6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양 회장은 직원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일본도로 살아 있는 닭을 내리치고 화살로 쏴 맞히는 등 엽기적인 행각을 벌여 사회적 공분을 샀다.
또 자신의 부인과의 불륜관계를 의심해 대학교수를 자신의 회사로 불러 감금, 폭행하기도 했다.
양 회장의 불법 음란물 유통을 주도한 혐의, 이른바 ‘웹하드 카르텔’에 대해서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이번 공판과 별개로 진행될 예정이다.
임명수 기자 si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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