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마지막 날인 6일 오후 서울 중구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 부근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 희생자 및 미수습자 분향소에는 아직도 304명의 넋을 위로하는 향 내음이 번지고 있다. 이날로 참사가 발생한 지 1,758일째지만, 여전히 누군가는 분향소에 들러 국화꽃 두 송이를 영정 앞에 올려두었다. 경복궁, 청계천 등 서울 주요 명소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영어, 중국어로 옮겨진 참사의 사연을 읽거나 관광 가이드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2014년 7월 14일 광화문광장에 들어선 세월호 분향소가 조만간 철거 수순을 밟게 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날 희생자 304명 설 합동 차례 행사에 참석해 “(세월호 분향소) 공간을 완전히 새롭게 구성하는 방향을 유가족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4.16연대에 따르면 이르면 3월중 14개 임시 천막이 철거되고, 고정된 시설물 형태인 ‘기억공간’이 개관될 예정이다.
광화문광장 세월호 분향소는 지난해 경기 안산시 정부합동분향소, 전남 진도군 팽목항 분향소가 차례로 철거된 뒤 유가족ㆍ시민들이 함께 운영해온 마지막 분향소다. 세월호 참사 세 달 뒤 유가족들이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지금 자리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한 것이 분향소, 서명대, 전시관 등이 들어선 14개 천막의 시초였다.
마지막 남은 분향소 철거 소식에 관계자들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참사 당시 팽목항에서부터 4년 넘게 자원봉사를 해왔다는 조미선(54)씨는 천막 철거를 계기로 광화문광장 안 추모 공간이 축소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조씨는 “세월호 천막은 추모의 공간을 넘어서 억울한 사람들이 한데 모이고 약자들이 연대하는 곳”이라면서 “아직 참사 진상규명이 안 됐고, 시민ㆍ유가족들이 여전히 싸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씨의 말처럼 14개 천막 중 1개 천막은 2017년 3월 남대서양 해역에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한국인 8명 실종) 희생자 가족을 위한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청년 비정규직 고(故) 김용균씨의 분향소와 농성장도 세월호 천막 곁에 마련돼 있다.
서울시와 4.16연대가 밝힌 계획에 시민들은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날 자녀 두 명과 분향소를 둘러본 서울 쌍문동 주민 김모(42)씨는 “세월호 참사 추모공간이 역사적 배경도 없이 꼭 광화문에 위치할 필요는 없다. 광화문광장 재설계 계획에 맞춰 철거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성 직장인 권모(31)씨는 “광화문광장을 지나칠 때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부채 의식이 되살아나고는 한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광장에 참사를 기억하고 반성할 공간이 없으면 금새 잊혀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씨와 함께 광장을 찾은 직장인 김모(30)씨는 “거대한 추모 공간이었던 광장이 시민들에게 되돌아온다는 반가움과 참사 이후 아직도 바뀐 것이 없다는 우려가 교차한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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