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농장 폐쇄’ 운동을 벌인다며 1억원 상당의 후원금을 받아 빼돌린 동물보호단체 가온의 대표 서모(37)씨가 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북부지검 형사4부는 2016년 1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후원자 1,000여명으로부터 받은 기부금 9,800만원을 편취한 혐의(사기)로 서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10일 밝혔다. 서씨는 관청에 등록하지 않고 모집기간 1년 내에 1,000만원 이상의 기부금품을 모집한 혐의(기부금품법 위반)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서씨는 2016년 가온을 설립하고 인터넷 포털 카페에서 개농장 폐쇄와 동물구조 및 보호활동을 명목으로 후원금을 모아왔다. 이중 실제 동물치료에 사용한 돈은 전체 금액 중 10% 이내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본인의 계좌로 이체해 월세나 보증금 등 개인 목적으로 유용했다. 그 중 일부를 여자친구와 함께 해외여행비로 쓰기도 했다. 그는 돈을 빼돌린 흔적을 지우기 위해 개인계좌로 이체한 내역을 감추거나 통장 적요를 조작해 왔다.
검찰 조사에서 서씨는 범행을 부인했다. 정관에 따라 월급 명목으로 가져간 것일 뿐 속인 것이 없다는 취지다. 서씨는 가온에 속해 있는 유일한 상근직원으로 설립 이후 후원금 지출 내역을 단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다. 1,000여명의 피해자 대부분이 5만원 이하의 소액 기부자이며, 여러 차례에 나눠 가장 큰 금액을 보탠 후원자는 약 50만원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
그간 가온의 인터넷 포털 카페에 올라온 동물보호 활동 사진도 대부분 조작된 것이었다. 가온은 직접적인 동물구조 활동에 거의 참여한 바가 없으며, 카페에 올린 활동 내역과 사진은 다른 단체의 활동 내용을 가져온 것으로 추정된다. 후원금 일부를 동물 치료에 사용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간접적인 보호활동에 그쳤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4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일부 동물보호활동 사실이 있고, 증거인멸과 도주 등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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