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를 앞둔 신인 이름 뒤에 붙은 숫자 6은 오타(typo)가 아니다.”
지난해 한국 무대를 평정하고 미국에 진출한 ‘핫식스’ 이정은(23ㆍ대방건설)의 이름 뒤에 붙은 숫자 6이 미국에서도 화제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도 올 시즌 가장 유력한 신인왕 후보인 이정은을 집중 조명하고 나섰다. 이정은은 13일 소속사를 통해 “LPGA 대회라서 조금 긴장되고 기대도 되지만 예선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데뷔 소감을 밝혔다.
이정은은 14일 호주 애들레이드 그레인지 골프클럽(파72ㆍ6648야드)에서 열리는 LPGA 투어 호주여자오픈에서 LPGA 도전의 첫발을 뗀다. 지난해 11월 퀄리파잉 시리즈를 수석으로 통과하며 투어 출전권을 따낸 이정은은 이번 대회에서 LPGA 데뷔전을 치른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상금왕 자격으로 지난해 8차례 LPGA 투어 대회에 출전해 두 차례 톱10에 들기도 했지만 정식 데뷔는 이번 대회가 처음이다. 이정은은 “예년보다 첫 시합이 일찍 시작돼 생각한 것보다 준비가 덜 된 느낌”이라며 “이번 호주 대회부터 싱가포르 대회까지 실전이지만 마음을 비우고 전지훈련인 것처럼 연습이라는 생각으로 감을 끌어올릴 생각”이라고 전했다.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LPGA도 12일(현지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정은을 소개했다. LPGA는 ‘KLPGA 스타 이정은6이 LPGA에 데뷔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정은6은 KLPGA에서 7회 우승을 차지한 23살의 선수”라며 “뒤에 붙은 6이 오타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KLPGA에 동명이인 선배가 5명이나 있어 '이정은6'으로 등록된 이정은은 미국 무대에서도 숫자 6을 달고 활동한다. 선수 본인도 숫자 6이 마음에 드는 눈치다. 이정은은 지난달 3일 서울에서 열린 LPGA 진출 기자회견에서 불리고 싶은 별명을 묻는 질문에 “(LPGA에서 뛰는) 언니들이 ‘식스’라고 불러줬었는데 정은이라는 발음이 외국 선수들에게 어려울 것 같아 ‘식스’라 불러주면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이정은의 LPGA에서의 활약 여부는 2019년 한국 여자골프의 최대 관심사다. 2016년 KLPGA에 데뷔해 무관에 그쳤지만 꾸준한 성적으로 신인상을 차지한 이정은은 2017년에만 4개 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기염을 토했다. 이정은은 그 해 KLPGA 시상식에서 대상, 상금왕, 평균타수상, 다승왕, 인기상, 베스트플레이어까지 휩쓸며 6관왕에 등극했다. 2018년에는 2년 연속 상금왕과 평균타수상을 수상하며 최고의 선수로 거듭난 이정은은 올해 가장 유력한 LPGA 신인상 후보다.
이정은이 태극낭자의 5년 연속 LPGA 신인상 수상 기록을 이어갈지도 관심이다. LPGA 신인왕은 지금까지 줄곧 한국 선수들의 독무대였다. 2015년 김세영(26ㆍ미래에셋)을 시작으로 2016년 전인지(25ㆍKB금융그룹)와 2017년 박성현(26ㆍ솔레어리조트앤카지노), 2018년 고진영(24ㆍ하이트진로)까지 태극낭자들이 4년 연속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정은은 “한국 선수 LPGA 5년 연속 신인왕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셔서 저 역시 그것을 목표로 뛰어보겠다”며 “우승에 목 매는 것보다 차근차근 하다 보면 좋은 성적이 올 것 같다”고 밝혔다.
이정은은 이번 대회에서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인 고진영과 세계랭킹 1위 에리야 쭈타누깐(24ㆍ태국) 등과 우승 트로피를 놓고 승부를 펼칠 예정이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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