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 A씨는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지만 올해 최저임금 10.9% 인상에도 실 수령액이 오히려 줄었다. A씨는 지난해 매월 기본급 165만원, 식대 10만원 등 총 175만원을 받았지만 올해부터 기본급이 최저임금 인상에 맞춰 175만원으로 오른 대신 식대 10만원이 사라졌다. 세전 임금은 지난해와 같지만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식대 항목이 없어지면서 소득세가 4만원 늘어났다. 그 결과 A씨의 실 수령액은 지난해 164만원에서 올해 159만원으로 뒷걸음질 친 것이다.
사용자가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각종 수당을 없애면서 피해를 호소하는 근로자들이 나타나고 있다. 노동ㆍ인권단체 ‘직장갑질119’는 이달 1~15일까지 접수한 최저임금 관련 제보 중 제보자 신원이 확인된 19건을 분석한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유형 별로 △식대나 근속수당 등 각종 수당을 삭감, 산입하는 수당삭감 사례 6건 △고정휴일ㆍ연장근로수당 일방 삭감 5건 △최저임금 위반 5건 △기타 3건 등이다.
A씨 사례처럼 사용자가 각종 수당을 일방적으로 없애면 경우 법 위반 소지가 있다. 최혜인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식대 등 수당이 근로계약서에 명시돼 있었다면 근로자 본인 동의가 있어야 식대 등 수당을 없앨 수 있고, 취업규칙에 명시돼 있었다면 근로자 과반 이상의 동의를 받는 절차를 거쳐야 없앨 수 있다”면서 “만약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에 명시돼 있지 않다 해도 관행적으로 지급했던 수당은 취업규칙에 있는 것으로 본다는 판례가 있어 일방적으로 없앨 때는 법적으로 다퉈볼 수 있다”고 말했다.
포괄임금제를 임금 인상 억제에 이용한 사례도 있었다. 포괄임금제란 시간외근로를 한 시간을 계산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고정된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하는 제도다.
B회사는 직원에게 지난해 기본급 158만원, 고정연장근로수당 15만원, 식대 10만원 등 총 183만원을 줬으나, 올해는 기본급을 180만원으로 올리는 대신 고정연장근로수당과 식대 항목을 없앴다. 총 임금을 오히려 3만원 줄인 것이다. 이 경우 올해부터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를 전혀 시키지 않았다면 문제가 없지만 연장근로를 시키고도 연장근로수당만 없앴다면 법 위반 소지가 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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