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로 패션’ 어떻게 코디할까
상하의 모두 빈티지로 통일하고
다양한 액세서리와 소품을 활용
작은 체격 여성은 원피스 추천
딘과 키드밀리, 혁오, 선미 같은 스타는 물론이고 펜디, 구찌 등 유명 브랜드가 올해 꽂힌 공통적인 키워드. ‘뉴트로(New-tro)’다. ‘복고’를 가리키는 ‘레트로(Retro)’에 ‘새로움’을 뜻하는 ‘뉴(New)’를 붙인 말이다. 레트로가 아날로그 시대의 감성을 있는 그대로 취하는 것이라면, 뉴트로는 이를 현대적으로 새롭게 해석하고 소화하는 트렌드다.
뉴트로 패션은 난이도가 꽤 있다. 잘 입으면 뭘 좀 아는 ‘인싸’(인사이더, 내부자의 줄임말ㆍ유행을 선도하는 사람)로 보이지만, 자칫하면 너무 튀거나 되레 ‘빈티’나 보일 수 있다. 뉴트로룩의 바탕이 되는 빈티지 패션은 저렴하다는 편견도 있다.
◇연예인들이나 입는 옷? 직접 도전해보니
세련된 이미지의 배우 정려원, 블랙핑크 제니, 가수 현아는 꾸준히 뉴트로룩을 선보인다. 그저 알록달록하고 튀기만 하는 게 아니라 사랑스럽고 우아하면서 톡톡 튀는 분위기를 낸다. 빈티지 옷으로 그런 느낌을 낼 수 있는 건 그들이 연예인이라서일까. 구제 마니아들은 “아니”라고 단언한다. 다양한 액세서리와 소장품들을 잘 매칭하면 누구나 ‘예쁜 레트로룩’을 구현할 수 있단다.
그래서 도전해 봤다. 평소 ‘점잖룩’만 즐겨 입는 한국일보 인턴기자 둘이 각양각색 뉴트로 패션을 시도했다. 구제 옷 마니아들의 조언에서 팁을 얻었다.
우선 김가현(25) 인턴기자. 상체에 비해 살집이 있는 하체가 콤플렉스라, 진한 색상의 바지에 밝은 색상의 셔츠를 평소 즐겨 입는다. 키 159㎝로 체격이 아담해서 세련되고 시크한 스타일이 ‘로망’이다. 구제 마니아인 시각디자이너 홍연수(29)씨의 조언. “체구가 작다면 원피스, 그 중에서도 어깨 패드가 적당히 들어가 몸매를 잡아주는 것이 좋다. 구제 옷은 대부분 큼직하기 때문에 재킷ㆍ코트는 벨트를 이용해 몸에 맞게 조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홍씨의 조언에 따라 복고풍의 타탄체크 원피스를 입어 본 가현씨. 어깨 패드가 다소 과장되고 허리 선도 잘록하게 수선된 디자인이어서 옷 라인은 살고 작은 키는 가려졌다. 개화기를 그린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속 김민정처럼 자주색 페이스 베일과 금색 구두를 코디하니 세련미까지! 원피스는 단돈 3만원으로, 서울 종로구 동묘시장표다. 브랜드 태그는 없지만, 일본에서 만든 제품(Made in Japan)이라고 적혀 있다.
레트로룩은 ‘학교나 직장에서는 입을 수 없는 옷’일까. 그 편견을 깨기 위해 일상에서도 소화할 수 있는 스타일도 시도해 봤다. 도트 무늬에 큰 리본이 달린 흰색 원피스를 골랐다. 어깨에 구제 트렌치코트와 재킷을 걸치니 시크한 느낌. ‘아빠 옷 입은 것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재킷에 벨트를 두르니 오피스룩이 완성됐다. 원피스와 트렌치코트, 재킷은 각각 2만원, 4만8,000원, 3만원으로, 동묘시장, 가로수길, 명동에서 각각 구입했다. 원피스에는 옛 미도파 백화점의 자체 브랜드인 듯 미도파(Midopa) 태그가 붙어 있다. ‘누군가의 사연이 깃든 옛날 옷’이라는 뜻. 트렌치코트는 일본 브랜드 더반(DURBAN) 제품이다.
서진석(26) 인턴기자는 요즘 가장 뜨거운 유행인 힙합퍼 같은 뉴트로룩에 도전했다. 키 175㎝인 그는 평소 줄무늬 셔츠에 면바지 같은, 튀지 않는 옷만 입는다. 빨강과 노랑의 원색 옷은 기피 대상 1호다. 하지만 남들보다 반 발짝 정도 앞선 패션을 선보이고 싶다는 욕망은 항상 마음에 품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스트릿패션 매장에서 일하는 김민호(24)씨는 “상의나 하의 중 한 쪽만 빈티지 스타일로 입으면 오히려 어설퍼 보인다”며 “상ㆍ하의 모두 빈티지로 맞춰 입어야 덜 어색하다”고 했다.
조언을 듣고 진석씨에게 과감한 색과 무늬가 조합된 상ㆍ하의를 입혔다. 상의는 빨강ㆍ주황 등 색깔이 주를 이루면서도 군데군데 파랑색이 섞여 분위기를 잡아주는 체크 셔츠. ‘스웨그’ 한 줌을 더하기 위해 일부러 사이즈가 조금 크고 소매가 긴 것을 골랐다. 하의도 과감하게 도전했다. 체크 안감을 덧댄 회색빛 청바지. 바짓단 한쪽 끝만 걷어 안감이 보이게 연출했다. 스냅백과 부츠를 더하니 진석씨 표정이 활짝 피었다. 셔츠와 청바지는 모두 동묘시장에서 구입한 것으로, 각각 1만5,000원, 2만원이다.
# ‘구제 옷 성지’ 동묘 시장
초보자는 쌓아놓은 옷 무덤에 질려
가게 둘러보면 트렌드 읽을 수 있어
명품 로고 달렸어도 다 진품은 아냐
◇사두고 안 입는 옷은 NO! 실용성 100% 살리는 팁
없는 게 없다더니 시장 초입부터 119 구조대 유니폼이 7,000원에 팔리고 있다. 골목 곳곳에 구제 옷을 쌓아놓은 ‘옷 무덤’(구제업계 전문 용어란다)이 즐비하고, 남녀노소가 무덤을 파헤치느라 정신없다. 지난 11일, 평일에 낮 시간이었는데도 길거리가 ‘힙한’ 사람들로 꽉 들어찼다. 서울 종로구 동묘벼룩시장 얘기다. ‘패션 피플’이라면 한번쯤 관심 가졌을 이곳이지만, 모두가 ‘보물’을 찾게 되는 건 아니다. 꼼꼼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구제 마니아들이 귀띔하는 알차고 실용적인 뉴트로룩 구입 팁을 전한다.
초보자라면 곧장 ‘옷 무덤’으로 향하지 말고 시장 안팎의 매장에 먼저 들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무덤에서 쓸 만한 옷을 찾아내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구제 매장은 트렌드에 따라 잘 팔릴 법한 옷들을 골라 놓으므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홍연수씨는 “매장들은 대체로 옷 세탁이나 다림질을 해놔 별도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매장 옷이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점은 알아두자. 구매욕을 일으키는 여성 빈티지 재킷을 기준으로, 옷 무덤에선 1만5,000~2만원 하는 것들이 가게에선 3만원을 훌쩍 넘는다. 가격 흥정도 옷 무덤에선 쉽지만 가게에선 다소 어렵다.
동묘시장이나 경기 일산 덤핑거리, 종로구 광장시장 등의 구제옷 판매상들은 대부분 버버리나 라코스테 같은 유명 브랜드 태그가 잘 보이게 상품을 진열해 둔다. 동묘시장에서 크리스찬 루부탱사의 명품 신발이 15만원 대에 팔리고 있었다. 하지만 ‘짝퉁’을 구분할 길이 없다는 게 함정이다. 명품 로고가 달렸다고 해서 덥석 사선 안 된다는 얘기다. 동묘시장의 한 판매상은 “국내외 로스품(브랜드 제품 제작 공장에서 하자 때문에 판매되지 않은 물건)이나 벼룩시장, 의류 수거함 등에서 나온 물건들”이라며 “브랜드 태그가 붙어 있어도 진품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명품 브랜드의 구제 옷만 따로 모아 보고 싶다면 강남구 가로수길이 제격이다. 샤넬부터 루이비통, 디올, 페라가모 같은 브랜드들의 옷만 취급하는 빈티지숍이 몇 군데 있다. 제니와 현아가 단골로 알려져 있다. 완성된 코디를 마네킹에 입혀 진열하기 때문에 ‘예쁜 뉴트로룩의 예’를 보고 살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빈티지 가방을 수집하는 김선영(49)씨는 “가로수길 빈티지숍은 주로 페미닌한 스타일의 명품 구제 옷들이 많고, 액세서리와 구두, 가방, 시계 종류도 다양하다”고 말했다. 오래되거나 싫증 난 가방을 가져가면 브로치 등으로 장식해 뉴트로 패션 소품으로 다시 태어나게 해 주는 매장도 인기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