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활약한 전 여자컬링 국가대표팀 ‘팀 킴’이 호소했던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회장 직무대행 일가의 무분별한 인권 침해와 상금 횡령, 친인척 채용 비리 등이 사실로 드러났다. 이들은 2007년 경북체육회 컬링팀 창단부터 사실상 팀을 사유화해 각종 전횡을 일삼아 온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1일 오전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상북도, 대한체육회와 합동으로 실시한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대표팀 호소문 계기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김경두 전 회장과 장녀 김민정 전 경북체육회 여자컬링팀 감독, 사위 장반석 전 경북체육회 믹스더블팀 감독 등 지도자 일가의 선수들에 대한 욕설과 폭언, 사생활 통제, 상금과 후원금 횡령 등이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선수들이 제출한 녹음 파일에 따르면 김 전 감독과 김 전 회장 직무대행 등은 평창 올림픽 전후로 “사진 찍어주니까 연예인이라도 된 줄 아냐”라며 선수들의 외모를 비하하고 폭언을 일삼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선수들에게 온 소포를 미리 개봉해 내용물을 확인하거나 선수들에게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들에 대한 감사를 표현할 것을 강요하기도 했다.
상금 및 후원금 횡령 문제도 사실로 드러났다. 합동감사반은 김 전 회장 직무대행 일가가 2015년 이후 대표팀이 획득한 상금을 축소해서 입금하는 방식으로 3,080만원을 횡령한 정황을 발견했다. 또 평창올림픽 이후 경북체육회 컬링팀에 지급된 특별포상금 등 후원금 9,300여만원도 선수들에게 지급하지 않고 보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해외전지훈련에서 사용한 훈련비용 영수증 등을 대한컬링경기연맹과 경북체육회에 이중으로 정산하는 등 보조금을 허위로 지급받기도 했다.
이러한 전횡의 배경에는 경북체육회 컬링팀에 대한 김 전 회장 일가의 사유화가 자리하고 있었다. 김 전 회장은 2001년부터 정당한 계약 없이 경북체육회 컬링팀 감독으로 활동하며 선수 및 지도자 선발, 훈련 등에 개입했다. 평창올림픽을 준비한다는 명목으로 친인척 채용이 금지돼 있는 규정을 어기고 조카를 국가대표팀 전력분석관에 채용하기도 했다. 면접관으로 장녀와 사위인 김민정 전 감독과 장반석 전 감독을 참여시키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김 전 감독과 장 전 감독도 채용절차 없이 지도자가 아닌 선수 및 트레이너로 계약해, 지도자로서의 권한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체부는 감사 결과를 토대로 김 전 회장 직무대행 일가에 대해 관계 기관에 징계와 환수 처분을 요구하고 경찰에 정식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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