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당 지급 검토안 논란 둘러싼 ‘오해와 진실’…제안자 이원재 대표 라디오 인터뷰
서울시가 조건 없이 서울의 청년 1,600명에게 2년간 매달 50만원의 청년수당을 지급하는 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검토안의 취지는 현재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 약 5,000명에게 주고 있는 청년수당을 확대 지급할지 실험해보자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미 2016년부터 진로와 구직 활동을 돕자는 취지에서 만 19~34세를 대상으로 소득과 근로시간을 따져 최대 6개월간 매월 5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서울시는 정책화 여부에 대해 “정해진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부모 및 자신의 소득에 상관없이 세금을 나눠주게 되면 세금 부담이 늘고 실효성은 떨어질 것이라는 비판이다.
하지만 이번 정책을 제안한 이원재 ‘랩2050연구소’ 대표는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청년수당 지급 논란에 얽힌 우려들을 조목조목 짚어 설명했다.
◇복지 우선 순위가 청년수당?
먼저 청년 복지를 정책의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취약계층, 노인 빈곤, 출산, 교육 등 시급한 복지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 사회적 약자로 인식되지 않는 청년에게 예산을 우선적으로 쓰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20대가 심리적으로 굉장히 위축돼 있는 상태지만, 안정감을 주는 복지제도에서는 완전히 소외됐다”며 복지 확대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랩2050연구소 조사에서 ‘자신이 창의적인가’라는 질문을 모든 세대에게 던졌을 때 20대가 가장 부정적으로, 60대가 가장 긍정적으로 답했다. 20대가 창의적이지 못한 이유는 ‘실패가 두려워서’로 나타났다. 이 대표는 “20대는 가장 혁신적이고 새로운 걸 많이 만들어내야 하는 세대”라며 “그대로 놔두면 나중에 우리 사회의 역동성에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복지예산은 감당이 될까?
예산 부담 우려에도 이 대표는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2년간 1,600명에게 시범 지급하면 연간 100억원 정도 드는데, 우리나라 복지 예산이 160조원 정도 되기 때문에 전체 예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반론이었다.
이 대표는 실험 단계 이후 정책을 전체로 확대해도 예산으로 감당할 수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서울 거주 만 20~24세에 한해 정책을 시행할 경우 연간 7,000억~8,000억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우리나라 전체 복지 예산 규모는 매년 10% 정도 늘어나 청년수당은 증가분 중에서도 일부라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서울시에서도 복지 예산이 지자체에서 부담하는 부분만 10조원 이상 되기 때문에 감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자인 청년에게도 똑같이 적용?
소득수준 등에 따라 차등 지급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소득수준을 가려내는 데 선결 비용이 더 많이 든다”며 나이로 선별하는 안을 제시했다. 소득수준을 선별하기 위해 공무원을 늘리고, 검증하고, 서류 제출 요구를 하는 과정에서 절차는 복잡해지고 불필요한 비용만 든다는 것이다.
또 부자 청년과 가난한 청년을 가리는 것이 제도적으로 어렵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청년이 취업을 안 하면 분가할 경우 모두가 가난하다”며 “상위층 부모에게 세금을 더 걷어서 청년에게 나누는 방식으로 정책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유흥비로 쓰이지 않을까?
대부분의 청년들이 청년수당을 유흥비로 탕진할 가능성이 커 일자리 정책 등 실효성 있는 제도를 확대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 대표는 “지금은 기업에게 돈을 주고 그 돈을 청년에게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 제도는 그걸 개인적으로 선택하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똑같은 예산인데 정부가 사람들에 무엇을 하라고 계속 시키는 정책은 청년 정책만 하더라도 수백 가지가 있다”며 “청년에게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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