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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노동자 정년 60→65세로… 고용ㆍ보험 전방위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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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노동자 정년 60→65세로… 고용ㆍ보험 전방위 후폭풍

입력
2019.02.21 14:27
수정
2019.02.21 21:4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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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제반사정 현저히 변해 ‘60세’ 유지 어려워”

손해배상액 늘고 보험료 인상 불가피..파장 클 듯

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21일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법관들이 법정에서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21일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법관들이 법정에서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손해배상액 산정의 기준이 되는 육체노동자의 ‘노동가동연한’, 다시 말해 육체노동자의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올려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1989년 육체노동자 정년이 55세에서 60세로 상향된 뒤 30년 만에 바뀐 대법원 판례다. 고령화 사회의 현실을 반영한 이번 판결에 따라 보험료 동반 상승을 비롯해 보험업계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법정 정년과 노인 연령 상향 논의를 촉진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노동계와 산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오후 박모씨 등이 인천시와 수영장 운영업체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2억5,416만원을 배상하라”는 원심판결을 깨고 특정인이 근로소득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최종연령을 의미하는 육체노동 가동연한을 65세로 상향해 손해배상액을 다시 계산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로써 수영장에서 아이를 잃고 소송을 제기했던 박씨는 아이가 60세가 될 때까지 일한다는 가정 아래 배상액을 계산했던 1, 2심에 비해 더 많은 배상을 받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을 통해 “육체노동 경험칙상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보아온 견해는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만 60세를 넘어 만 65세까지도 가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우리나라 사회적, 경제적 구조와 생활여건이 급속하게 향상ㆍ발전하고 법제도가 정비ㆍ개선됨에 따라 1989년 전원합의체 판결 당시 경험칙의 기초가 되었던 제반 사정들이 현저히 변했다”고 변경 이유를 밝혔다.

대법원은 특히 평균 수명의 증가 및 고령화 사회의 현실을 고려해 판례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실제 60세 판결이 처음 나온 시점인 1989년에는 기대 수명이 71.2세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기대 수명이 82.8세로 대폭 늘었다. 외국의 경우도 한국보다는 육체노동자 정년 산정 시점이 더 높아, 영국은 최대 72세, 미국은 65세, 일본은 67세로 정해져 있다.

대법원의 판례 변경은 손해배상액 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되는 만큼 보험사들은 긴장하고 있다. 당장 가동연한이 65세로 늘면 지급 보험금 규모가 커지고 이는 곧 보험료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앞서 손해보험협회와 보험개발원은 “자동차보험 지급 보험금이 연간 1,250억원 증가하고, 1.2%의 보험료 인상요인이 발생한다”고 추산한 바 있다.

사회적으로 일할 수 있는 나이의 기준이 바뀌는 만큼 정년ㆍ노인연령 기준 등의 제도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이 노인연령 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단계적으로 높이는 방안을 본격 검토해야 한다며 불씨를 지핀 바 있다. 현재 60세 이상인 법적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논의를 촉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하지만 가동연한을 55세에서 60세로 연장한 판례가 1989년에 나왔지만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상향한 것은 27년 뒤인 2016년이라는 점에서 곧바로 정년 연장은 쉽지 않다는 반론도 상당하다.

이번 판결은 기초연금이나 국민연금 등 각종 복지혜택 기준의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형소 고용노동부 고령사회인력정책과장은 “근로자가 65세가 될 때까지, 또는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될 때까지 기업이 고용을 노력할 의무를 법에 명시하자는 두 개의 법안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데 이런 법안에는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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