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공동대표 소환 조사
서울 역삼동 클럽 버닝썬 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관할 경찰관들에게 돈을 건넸다”는 핵심진술을 확보했다. 또 이 검은 돈 흐름에서 조직폭력배 출신이 ‘전달책’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폭행 사건으로 시작된 버닝썬 의혹은 경찰 유착에 조폭 연루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5일 오전 10시 버닝썬 공동대표이자 버닝썬이 입주한 역삼동 르메르디앙 호텔 운영법인 ‘전원산업’의 등기이사였던 이모씨를 소환 조사했다. 이씨는 지난해 7월 버닝썬에서 발생한 미성년자 클럽 출입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전직 경찰관 강모씨를 통해 관할 강남경찰서 수사관 2명에게 금품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경찰은 강씨의 부하직원이었던 이모씨로부터 “(강씨의) 지시를 받고 (강남서 수사관에게) 돈을 배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반면 강씨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강씨는 이날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앞에 직접 찾아와 “(버닝썬 사건은) 제보자로 위장한 사람, 경찰, 현직기자, 조직폭력배와 변호사가 공모한 사건”이라며 “(사건을 규명할) 증거와 자료를 검찰에 제출하겠다”고 말한 뒤 사라졌다.
강씨는 2003년부터 8년간 강남경찰서에서 근무했고, 이후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강씨가 임원으로 있던 한 화장품회사가 버닝썬에서 대규모 행사를 기획하던 중 미성년자가 버닝썬에 출입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강씨가 직접 관련 수사를 무마하는 ‘해결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은 돈을 직접 배달했다고 진술한 이씨가 호남지역이 기반인 조직폭력배 출신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씨는 조직에 속해있어도 범죄 관련 활동이 없는 ‘관심 대상’ 정도로만 분류되어 있었다.
앞서 경찰은 강씨를 긴급체포한 뒤 지난 22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뇌물을 준 사람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영장 신청을 반려했다. 뇌물 준 사람으로 지목된 버닝썬 공동대표 이씨 소환조사는 뇌물 전달 과정의 빈 퍼즐을 맞추기 위한 보강수사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날 강씨 구속영장이 보완 지시를 받고 반려된 데 대해 “절차상의 문제일 뿐 (범죄 혐의) 입증은 충분히 할 수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경찰은 사건 관계자들의 통신 및 계좌기록 압수수색도 진행 중이다. 이 또한 보강수사의 일환이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뇌물의 최종 목적지로 추정되는 강남서 경제팀 소속 수사관 2명도 포함됐다.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강씨의 지시를 받아 일했던 이씨가 이들에게 230만원을 전달했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강씨와 해당 수사관들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면서 “돈의 흐름을 밝히기 위해 수사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버닝썬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 3개월 간 마약류 등 약물 이용 범죄를 집중단속키로 했다. 이 단속 대상에는 마약 문제뿐 아니라 이를 비호하는 불법 카르텔도 포함된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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