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美 최초 소녀상 설치
매년 위안부의 날 행사도 열어
“철거 요구 이메일 수천개 받아
일본 정부도 간접적으로 압박”
미국에서 처음으로 평화의 소녀상을 세운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시의 자레 시난얀(Zareh Sinanyan) 시장이 일본 우익의 협박에 따른 안전상의 문제로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13일 부산 해운대구청을 방문한 시난얀 시장은 “전날 ‘소녀상 위치가 일본영사관 앞이라 일본의 극우단체 테러 위협이 있어 신변 보호 차원에서 가지 않는 게 좋겠다’는 글렌데일시 관계자 요청이 와서 이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시난얀 시장은 이날 오전 해운대구에서 우호협력도시 협약식을 가진 뒤 오후에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을 찾아갈 예정이었다. 앞서 그는 서울과 충북 보은군에 있는 소녀상을 모두 방문했다.
오찬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정 변경 사실을 알린 시난얀 시장은 2013년 글렌데일시에 소녀상을 세우면서 겪은 직간접적인 일본의 철거압박을 털어놓았다.
시난얀 시장은 “일본 정부는 물론 극우단체 등에서 압박을 받았고, 지금도 계속해서 수천개의 이메일을 받고 있다”며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압박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고, 시의원들에게도 이메일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에서도 아주 직접적인 압박은 없었지만 간접적인 다른 모양새로 압박을 넣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소녀상은 역사를 바로 세우는 것이며 소녀상을 없애고 다른 것을 기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글렌데일시는 인권침해 문제에 항상 앞장서서 홍보하고 있고, 일본도 히로시마 원자폭탄 피해 등과 같은 인권과 관련한 이슈를 글렌데일시에 가져오면 이것도 다룰 수 있다”고 말했다.
시난얀 시장은 이날 소녀상 방문을 취소하는 대신에 남구 일제강제동원역사관을 관람했다. 이어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과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인구 20만명인 글렌데일시는 로스앤젤레스 산하 88개 자치시 중 하나로, 2013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소녀상을 설치하며 일본의 만행을 규탄한 곳이다.
일본이 글렌데일 소녀상 철거를 위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적 싸움에서 이기고 매년 위안부의 날 행사도 열고 있다. 올해 1월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별세했을 때는 시의회 회기를 중단하고 할머니를 위한 추모행사를 열어 공로패를 추서하기도 했다.
부산=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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