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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진잼 잊었다… ‘생존경제’ 열공하는 청춘들

입력
2019.03.16 09:0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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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입 적고 소비 유혹 많아진 세대 “돈 모으기 힘들어” 불안감 

 경제강의ㆍ상담 각광, 재테크 잡기술보다 자신만의 경제관 모색 

“청년의 가계부 쓰기는 꿈꾸는 일상을 만끽할 수 있도록 매일 밤 나의 배낭을 점검하는 그런 일이다.”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교육자료 ‘꿈꾸는 가계부’에 담긴 말이다. 열심히 해본들 가볍기만 한 배낭을 두둑하게 채우려는 청년의 분투가 뜨겁다. 공부에 나서고 하루 1만원 지출만 허락하는 ‘생활비 달력(사진)’을 활용하는 등 온갖 지혜가 총동원된다. 서재훈 기자
“청년의 가계부 쓰기는 꿈꾸는 일상을 만끽할 수 있도록 매일 밤 나의 배낭을 점검하는 그런 일이다.”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교육자료 ‘꿈꾸는 가계부’에 담긴 말이다. 열심히 해본들 가볍기만 한 배낭을 두둑하게 채우려는 청년의 분투가 뜨겁다. 공부에 나서고 하루 1만원 지출만 허락하는 ‘생활비 달력(사진)’을 활용하는 등 온갖 지혜가 총동원된다. 서재훈 기자

“자, 여러분 지금부터 저를 따라 말해 보세요.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돈은 아래에서 위로 흐른다. 아니, 더 크게요.”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복합문화공간 커먼즈 그라운드(Commons Ground) 세미나실. 뚫어져라 자료 화면과 강사의 얼굴을 번갈아 주시하던 예닐곱 청년이 정적을 깨고 문장을 따라 읽었다. ‘더 크게’란 독려에 목소리가 약간 더 커졌다. 강사의 설명이 이어졌다. “돈은 아래에서 위로 흐른다는 말이 무슨 뜻이겠어요. 서민들 돈이 흘러 흘러 결국 가는 곳이 이미 부자인 분들 주머니라는 얘기죠. 다시 말해, 쓸데없는 소비를 해서 이미 부자인 사람만 좋은 일 시키지 말자는 거예요.”

무려 금요일 밤 이태원. 타코, 그릴, 치맥, 파티, 프리덤은 들어봤어도 이런 진중한 경제수업은 금시초문이다. 바로 창문 밖 거리가 얼마나 더 웅성거리는지, 클럽 앞 긴 줄이 얼마나 더 늘어지기 시작했는지는 방 안의 누구에게도 중요하지 않다.

이날 강의는 경험 공유 플랫폼 ‘쉐어러스’가 개설한 ‘지금 시작하는 자산관리’ 클래스. 쉐어러스는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중ㆍ장년층의 경험을 수업으로 만들어 청년과 공유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강사로 나선 이는 쉐어러스 사외이사 우선영(60)씨. 22년간 보험회사에서 설계사, 교육실장, 지점장 등으로 일했던 그가 이런 강의로 청년들과 만난 건 만 1년째다.

“유일하게 확실한 건 우리가 사는 동안 돈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우선영씨의 조언에 청년들이 집중하고 있다. 김혜영 기자
“유일하게 확실한 건 우리가 사는 동안 돈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우선영씨의 조언에 청년들이 집중하고 있다. 김혜영 기자

귀한 여가 시간에 이런 강의를 찾아 듣고 질문을 쏟아내는 인생 후배들이 기특하고 안쓰럽다는 우씨가 설명을 이어갔다. “과거엔 성인이 되고도 한참 자기 월급을 부모에게 맡겨놓는 경우가 흔했는데 요즘엔 달라요. 일찍부터 눈을 뜨고 공부하고 따지고 계획해요. 그만큼 전략 없이는 힘든 세대라는 거죠. 수입은 줄었고, 금리는 확 낮아졌고, 유혹은 훨씬 많고 강력하니까요.”

누가 그랬던가. ‘요즘 청년은 오늘만 산다’라고. 밀레니얼 세대인 요즘 청년은 시장에서 흔히 ‘큰 손’으로 통한다. 취업난과 불황 속 소득이 낮기에 미래에 대비하기보다 오늘을 즐기는 경향이 강한 존재라는 것이다. 이들 세대의 소비성향을 설명하는 단어는 흔히 탕진잼(소소하게 탕진하는 재미, 스트레스 해소용 소비), 욜로(YOLOㆍYou Only Live Onceㆍ인생은 한 번뿐이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등으로 귀결된다.

이런 진단이 얼마나 성급한지는 한 꺼풀만 들춰 보면 알 수 있다. 삶이 기울수록 ‘생존경제 지식’을 장착하려는 이들이 곳곳에서 불태우는 학구열은 앞선 어느 세대 못지않게 뜨겁다. 각종 생활형 경제 콘텐츠, 이를 쉽게 풀어낸 팟캐스트, 유료 구독 글, 각종 강좌 및 클래스 등이 각광받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자투리 돈도 절약하는 짠테크(짜다+재테크) 요령과 짠내 나는 삶의 기술이 공유된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비교 없이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학구열의 배경을 들어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성공신화 제로 시대라서, 혼자 살 가능성이 농후해서, 더 안전한 거주지가 절실해서. 국민소득 3만달러에 어울리지 않게 내 주머니는 헐렁한 시대, ‘아껴야 잘 산다’는 낡은 공식마저 조각난 시절, 그렇다고 안 아낀들 별수가 있는 것도 아닌 나날을 통과해야 하기에. 생존경제, 생활경제를 연마하는 청년의 자세는 자못 비장하다.

“똑똑해 보여도 젊은 분들이 절박해서 그런지 의외로 다단계, 투자 사기 이런 데 많이 당해요. 쉬운 건 꼭 의심해야 해요. 제가 아는 부자들은 전부 의심이 많아요. 남이 좋다고 하는 걸 절대 그냥 믿지 않아요. 부자들이 드라마처럼 그렇게 어리바리하면 절대 그 돈 못 지켜요.”

우선영씨의 수업이 이어질수록 끄덕임도 커졌다. “이직, 창업 계획을 세우는 것도 좋지만 퇴사는 가능성이 확실할 때 하는 게 좋다.” “모으기, 불리기, 남기기의 기본 단계 중 모으는 데 특별한 지름길은 없다.” “불확실성이 크지만 유일하게 확실한 건 우리가 사는 동안 돈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돈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한 격언이 계속됐다.

눈을 반짝이던 수강생의 질문이 나왔다. 직장생활 4년 차 A(27)씨는 “여행이 인생의 유일한 즐거움인데, 돈을 아끼기 위해 이걸 줄이면 너무 낙이 없을 것 같다”고 했다. “할부로는 가지 말고 수입의 10%를 보통예금으로 저축해 연 1회 예산에 맞는 자유여행을 가는 게 어때요. 돈이 덜 드는 여행에 대해 연구하는 것도 좋고요. 너무 자주 가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1번을 제대로 다니면서 확실히 배우는 걸 남기는 방법도 있고요.”

수긍하듯 끄덕이던 A씨는 “막상 돈을 벌기 시작하니 지출도 그만큼 늘어 모으는 일이 생각보다 어려워 수업을 신청했다”며 “막연하게만 생각해왔던 돈 관리의 구체적인 자세를 많이 배웠다”고 했다. 2월 졸업 후 첫 출근을 앞두고 있다는 B(30)씨는 “이제 막 사회에 나가게 되니 차곡차곡 모으고 싶기도 하고, 결혼 준비도 해야 하는데 갈 길이 참 멀다는 생각에 이런저런 공부를 하고 있다”라며 “역시 쉽진 않겠다,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2시간 강의에 치른 수업료는 2만5,000원. 반시우 쉐어러스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원데이(하루) 클래스 수업은 기본적으로 만든 작품을 가져갈 수 있는 공예형이 인기가 많은데, 유독 경제 수업에 대해서는 청년들의 관심이 높아 관련 수업을 꾸준히 개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수요에 맞춰 최근 문을 연 관련 강의 이름만 봐도 하나같이 의미심장하다. 흙수저 탈출하기,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돈의 진실, 지금 시작하는 자산관리, 에어비앤비로 돈 버는 법, 20대부터 하는 부동산 투자법, 상가주택의 모든 것 등.

우씨는 “청년들이 퇴근 후 저녁도 거른 채 오고, 수업이 끝나면 질문이 참 많아 관심이 뜨겁다는 걸 실감한다”라며 “살아가는 시대가 너무 다르다 보니 부모와 대화가 통하지 않는 면도 있어 더 정보를 갈구한다”고 진단했다. “미안하지만 어른들 탓이 큰 것 같아요. 정말 도움이 되는 조언은 별로 못 해주고 ‘우리는 밥도 못 먹고 살았는데, 요즘 애들은 왜 저러냐’ 하거든요. 일자리는 넘치고, 한번 취직하면 붙박이로 평생 벌 수 있고, 은행 이자 19~21%에 육박하던 시대는 끝났다는 걸 생각지 않고 대화하다 보니까, 제일 좋은 경제 코치가 돼 줄 수 있는 부모하고 잘 상의를 안 하더라고요.”

스스로 전략을 세우려는 마음으로 강의에 찾아오는 건 두 부류다. 벌이는 있지만 유혹이 많아 잘 모으지 못하는 유형. 그리고 저축할 여윳돈 자체가 잘 생기지 않는 절박한 이들이다. 공통점은 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수록 ‘한 방에 터뜨리려고 한다’는 점이다. 우씨는 “자산관리나 돈의 속성에 대해 잘 모를수록 한 방에 어떻게 해보려고 하고, 비트코인에 현혹되고 하는 모습이 안타깝더라”며 “짧은 수업으로는 한계가 있지만, 고정수입이 있다는 그 자체가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등 자신의 가치를 알게 해주는 데 공을 들인다”고 했다.

요즘 사정이 불리한 건 맞지만 ‘그 불리함을 통과할 나름의 전략도 필요하다’는 그는 다짐을 받아내듯 말했다. “아니 그렇잖아요? 가난하다고 좌절하는 청년들이 돈을 쉽게 쓰면서 위로 위로 흘려보내 다시 부자 주머니만 불려주면 안 되는 거니까. 돈은 이제껏 많이 번 50, 60대들이 다 쓰도록 내버려 두자. 소비 진작은 그들이 하거나 말거나 내버려 두자. 라고 설명해 주는 거죠.”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무중력지대 G밸리가 지난해 개설한 프로그램 '머니 트레이닝, 내지갑 워크숍'의 포스터. 무중력지대 홈페이지
무중력지대 G밸리가 지난해 개설한 프로그램 '머니 트레이닝, 내지갑 워크숍'의 포스터. 무중력지대 홈페이지

생활경제를 향한 학구열은 청년 전용 공유공간에서도 확인된다. 서울 곳곳에 들어선 청년공간 ‘무중력지대’는 지난해 일제히 생활경제 수업을 개설했다. 청년생활경제아카데미, 찾아가는 내 지갑 워크숍, 사회 초년생 금융 기초 닦기, 무중력 보습학원 머니 트레이닝 등 수업 이름은 다르지만 목표는 하나같이 ‘돈 걱정에 잠 못 이루는 청춘의 돈 관리 걱정’을 함께 나누기이다. 수업을 이끈 곳은 한국금융복지정책연구소, 금융과행복네트워크, 사회적협동조합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등이다.

7일 서울 동작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만난 한영섭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장은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에서 일할 때부터 느낀 것이 가계 부채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는 점과 청년들은 문제가 생겨도 도움을 잘 받지 못한다는 점이었다”라며 “제도권 금융의 문턱이 높기도 하고, 청년 친화적이지 않다는 의미”라고 했다.

“상담을 받으러 오면 고압적이거나 훈계하는 태도가 싫어 잘 찾지 않는다고도 하고,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보니 자신이 상담을 요하는 상태라는 인식 자체가 부족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청년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대출 그 자체가 아니라 교육과 상담이라는 걸 절감했죠.”

필요한 만큼, 더 많이도 더 적게도 아닌 ‘적정 대출’이 이뤄져야 하고 이 대출이 청년의 삶에 독이 아닌 약이 돼야 하는데, 이런 교육은 어디에서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문제의식이었다. 2018년 상반기 기준 전체 청년 부채는 59조원을 넘어섰다. 개인 파산을 신청하는 20대는 2015년 542명, 2016년 743명, 2017년 780명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의 ‘2018년 전국민 금융이해력 조사’에 따르면 세대별 금융이해력은 20대 61.8점, 30대 64.9점으로 나타났다.

한영섭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장은 “돈은 단지 여러 수단 중 하나라는 걸 깨닫는 게 재무현황 파악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래 놓인 것은 워크숍에서 활용하는 수업 교구, 손에 든 것은 센터가 개발한 '꿈꾸는 가계부'다. 김혜영 기자
한영섭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장은 “돈은 단지 여러 수단 중 하나라는 걸 깨닫는 게 재무현황 파악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래 놓인 것은 워크숍에서 활용하는 수업 교구, 손에 든 것은 센터가 개발한 '꿈꾸는 가계부'다. 김혜영 기자

‘청년연대은행 토닥’의 상담부서로 운영되던 센터는 2016년부터 별도 법인체로 본격 출범했다. 한 센터장은 빚쟁이유니온 위원장으로 일해 온 청년 부채 전문가이기도 하다. 센터는 교육, 상담, 소모임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19~39세 청년이라면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고, 교육이나 상담은 유료(2만~30만원) 과정도 있지만, 교육비를 공공기관이 지원하기도 한다. ‘내 지갑 워크숍’을 주제로 한 강의는 돈의 인문학, 토닥토닥 꿈꾸는 가계부 작성 등으로 구성된다. 위기청소년, 다문화가정, 북한 이탈 주민, 성매매 피해여성, 미혼모(부) 등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출장 강연도 연다.

한 센터장은 “교육, 상담에 몰리는 청년들의 정서를 하나의 키워드로 표현하자면 ‘불안감’이다”라며 “이 불안감을 해소하는 세 방식이 그저 자기 몸값을 높이기 위해 자기계발서를 열심히 읽고, 쉽게 돈 버는 방법이 있다는 듯 현혹하는 재테크 강의에 몰리고, 경우에 따라선 ‘해봐야 뭐 하나’라는 무력감에 빠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많은 분이 상담을 받으러 오면서 ‘제가 저축을 못하고 있는데’라며 미안하다는 듯 말을 꺼내요. 늘 누군가로부터 질타를 받은 거죠. 기존 재무설계 관점으로는 ‘더 아껴 써야지 이게 뭐냐’는 말이 나오겠지만, 지금 청년 가계부는 아무리 들여다봐도 더 아낄 여지가 없는 경우도 많아요. 정말 '도저히'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극한 상황이라면, 저축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절대 죄책감을 가질 필요 없다, 좌절할 필요 없다고 이야기하는 데서 상담을 시작해요.”

아무리 아껴도 저축이 불가능한 청년은 분명 존재하고, 그렇다고 모두가 ‘이번 생은 망했다고 치냐’는 딜레마에서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가 주목하는 건 ‘다원적 경제모델’이다. 쉽게 말하면 좌절, 낙심, 포기하기 전에 내 욕구와 희망을 반드시 돈으로만 충족할 수 있는지 생각하도록 돕는다.

한 센터장은 “공공임대, 공공도서관 등 생각을 전환하면 생각보다 공유나 구독 경제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적지 않은데 우린 이런 이미 있는 자원의 활용법을 체계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며 “돈벌이를 위한 역량 강화에만 초점을 맞추는 전략 아니면 어렵지만 더 더 더 아끼자고만 하는 짠테크를 넘어서 ‘어떻게 이 불안 속에서도, 피어나는 삶을 살지’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지갑트레이닝이라고는 하지만 인문학, 철학적 고민을 동반해요. 정작 자신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돌아보는 철학 없이 각종 재테크 잡기술이나 가성비 경제만 좇다 보면 돈은 돈대로 못 모으고 좌절감만 쌓이는 역설이 발생하거든요. 이를테면 월 10만원 저축하는데 더 높은 금리를 찾겠다고 며칠을 소비하고 교통비를 내고 먼 은행에 가서 저축하면, 수년이 지나도 몇만원 차이도 안 나는데 귀한 시간과 차비만 쓰죠. 아껴 쓸 수 없는데도 주류 경제의 주술에만 둘러싸여 아끼려고만 하면 스트레스만 쌓이고요.” 아껴 쓰고 나눠 쓰고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런 사람 나름에 보탬이 되는 절약과 공부를 하면 되고, 도무지 절약이랄 게 가능하지 않은 사람은 자신만의 기준 속에서 인간다운 삶을 모색하자는 취지다.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의 소모임 프로그램 '생활경제소모임, 돈 it수다'에서 쓰는 '토킹젠가'다. 젠가에 돈을 둘러싼 대화 주제 스티커를 하나씩 붙여, 자연스러운 대화와 고민을 하게 한다. 김혜영 기자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의 소모임 프로그램 '생활경제소모임, 돈 it수다'에서 쓰는 '토킹젠가'다. 젠가에 돈을 둘러싼 대화 주제 스티커를 하나씩 붙여, 자연스러운 대화와 고민을 하게 한다. 김혜영 기자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에서 '보드게임을 통한 생활경제 체험'을 할 때 사용하는 교구다. 30만원의 식비를 '생협 이용해 먹거리 조달하기(30만원)'으로 대체하는 등의 다양한 사고 전환을 시도한다. 김혜영 기자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에서 '보드게임을 통한 생활경제 체험'을 할 때 사용하는 교구다. 30만원의 식비를 '생협 이용해 먹거리 조달하기(30만원)'으로 대체하는 등의 다양한 사고 전환을 시도한다. 김혜영 기자
생존경제 열공족을 위한 매뉴얼. 그래픽=김경진 기자
생존경제 열공족을 위한 매뉴얼. 그래픽=김경진 기자

자신만의 기준, 경제관을 모색하는 이들을 위한 콘텐츠는 꾸준히 늘고 있다. 매주 생활 미디어 사이트 '핀치(thepin.ch)'는 지난해 7월부터 신한슬 에디터의 ‘서바이벌 생활경제’를 연재 중이다. 2030세대를 위한 경제 콘텐츠를 메일링(이메일 전송)하는 미디어 스타트업 ‘어피티’도 지난해 7월 첫 서비스를 시작했다.

공부하는 이들이 늘어날수록 겉도는 기존 제도에 대한 고민도 커진다. 한 센터장은 “과거의 틀에 갇힌 청년들은 계속 금융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라며 “플랫폼 노동자(애플리케이션, SNS 플랫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늘고 있는데 이들은 소득 증빙이 쉽지 않아 기존 제도대로라면 대출조차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기존 제도는 겉돌고, 이 안에서 금융 사각지대나 빚더미에 내몰리는 청년들이 많아요. 꼭 플랫폼 노동자가 아니더라도 금융실적이 없어 대출받기가 쉽지 않고, 그러다 보니 다급한 경우 불법 대출의 타깃이 되기도 하고요. 제도부터 청년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하고요. 교육에 있어서도 ‘단기간에 몇 억 모으기’ 같은 말초적인 콘텐츠가 아닌, 삶에 약이 되는 좋은 경제교육을 이뤄낼 것인지 전 사회적 차원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 거죠.”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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