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국민투표 의안은 부결.. 집권당과 야당 모두 분열 양상
21일부터 열리는 유럽 정상회의에서 연장 승인 여부 논의할 듯
나갈 것인가 말 것인가. 영국 하원의 선택은 결국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연기였다. 영국 의회는 브렉시트를 최소 세 달 늦춰 6월 30일로 시행일을 바꾸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영국 하원의 결정은 유럽연합(EU) 회원국 전체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브렉시트 향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3일째 이어진 영국 하원의 브렉시트 관련 투표는 ‘딜’도 ‘노 딜’도 아닌 미봉책으로 마무리됐다. 영국 하원은 14일(현지시간) 브렉시트 연기안을 413대 202로 가결시켰다. 이틀 전 ‘메이 딜’에 대한 부결과 전날 ‘노 딜 반대’ 가결에 이어진 세 번째 투표다. 29일로 예정된 기존 브렉시트 일정을 연기하는 것이 목적이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한숨 돌린 기색이지만 영국 정치권의 혼란은 계속되는 모양새다. 관련 주무 장관인 스티브 바클레이 브렉시트부 장관 등 각료 여덟 명과 집권 보수당의 하원 대표인 앤드리아 리드섬 의원은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연기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메이 총리의 제안이 국민들에게 ‘노 딜’을 위협하고 있다는 이유다. 메이 총리 측은 투표가 “자유 투표였다”고 발표했지만 메이 총리의 지도력에는 균열이 간 것으로 보인다.
야당인 노동당의 분열도 가속화하고 있다. 보수당에서 탈당해 ‘독립 그룹’에서 활동하는 세라 울러스턴 의원이 제안한 2차 국민투표에 대해 노동당 지도부는 ‘기권’ 투표를 요구했지만 24명의 의원이 당 지도부의 요청을 거부했다. 이중에는 초선 의원들도 포함되어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2차 국민투표안은 85대 334로 부결됐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가 제안한 브렉시트 연기안도 통과되지 못했다.
일단 20일 메이 총리가 마련한 영국의 협상안에 의회의 동의 여부를 묻는 투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 안이 가결될 경우 영국은 6월 30일 EU를 떠나게 된다. 하지만 이번에도 부결되면 영국의 입장은 곤란해지게 된다. 브렉시트 시한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EU 회원국 27개국의 만장일치 찬성이 필요하다. 가디언은 “2, 3개월 정도 연장은 EU에서 쉽게 동의를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기간이 더 길어지는 경우가 문제다. 5월 23~26일 예정된 유럽의회 선거도 변수다. 5월에 선출되는 유럽의회 의원들의 임기는 7월에 시작된다. 그 이전에 브렉시트가 이뤄지지 못하면 영국이 유럽의회 선거에 어떤 방식으로 참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생기게 된다. 메이 총리는 앞서 유럽의회 선거에 불참할 것을 주장한 바 있다.
우선 EU는 21, 2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브렉시트 연기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메이 총리도 브렉시트 연기의 정당성을 설명하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날트 투스크 EU 상임의장은 14일 영국이 브렉시트 전략을 수정하고 국민적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상당 기간 탈퇴 시한을 연장할 수 있게끔 각국 정상들에게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영국이 브렉시트에 대한 2차 국민투표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의회가 연일 숨가쁘게 투표하고 있지만, 브렉스트 불활실성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는 셈이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