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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자 공중파 복귀… 버닝썬 계기, 방송가 ‘성인지 감수성’ 도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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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자 공중파 복귀… 버닝썬 계기, 방송가 ‘성인지 감수성’ 도마에

입력
2019.03.20 04:4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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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영 드라마 출연에 예술인여성단체 “복귀 철회해야” 

 여성 외모 유머 소재 삼고, 여혐 논란 래퍼 출연도 모른척 

SBS 드라마 '해치'에 출연 중인 이경영. SBS 제공
SBS 드라마 '해치'에 출연 중인 이경영. SBS 제공

“성범죄자가 더 이상 브라운관에 얼굴을 들이밀어선 안 된다.”

문화예술인여성단체 찍는페미는 SBS 월화드라마 ‘해치’에 배우 이경영이 출연하는 것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지난 13일 냈다. 이경영은 2001년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다음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판결을 받았다. 이후 지상파 방송사들은 그의 출연을 막아왔다. 지난달 11일 첫 방송된 ‘해치’는 2001년 이후 이경영의 첫 지상파 드라마다. SBS는 20년 가까이 자숙의 시간을 가졌다며 이경영 복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찍는페미는 “버닝썬 게이트가 불거지는 정국에 이경영이 지상파에 복귀하느냐 마느냐는 성범죄를 저지른 (다른) 남성 연예인이 쉽게 업계로 복귀할 수 있느냐를 가를 중요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승리ㆍ정준영 사건’이 잠들어 있던 이경영의 과거 문제까지 다시 깨운 셈이다.

‘승리ㆍ정준영 사건’을 계기로 국내 방송ㆍ연예계에서 상대적으로 둔감했던 성인지 감수성이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성범죄와 연계될 수 있는데도 성과 관련한 직간접적 표현을 무분별하게 내보낸 방송사의 책임론이 커지면서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인식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인지 감수성 부족은 방송가의 해묵은 문제다. 2015년 Mnet ‘쇼미더머니4’는 ‘MINO 딸내미 저격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라는 송민호의 여성혐오 가사를 여과 없이 내보냈다. 래퍼 블랙넛은 ‘쇼미더머니4’ 촬영 중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노골적인 동작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해당 장면이 삭제되는 등 논란이 불거졌다. ‘쇼미더머니4’ 제작진은 블랙넛을 계속 출연시키며, 그의 여성혐오 논란에 대해 사실상 모른척했다. 이후 블랙넛은 2017년 4월 여성 래퍼에 대해 성적 모욕을 담은 노래를 발표,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방송국의 성인지 감수성 결여가 성범죄를 키운 꼴이다. KBS2 오락프로그램 ‘개그콘서트’는 여성의 외모와 체형을 유머의 소재로 삼는 등 소수자 혐오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수 차례 징계를 받기도 했다.

여성 가수를 모욕한 혐의를 받는 래퍼 블랙넛(김대웅)이 지난해 3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성 가수를 모욕한 혐의를 받는 래퍼 블랙넛(김대웅)이 지난해 3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동’(야한 동영상)을 웃음거리로 소화하며 불법 음란물에 대한 경계심을 무너트린 것도 방송이었다. 2007년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은 노년에도 성을 즐기는 출연자를 우스꽝스럽게 묘사하기 위해 ‘야동 순재’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유행어가 될 정도로 각광 받은 표현이었지만 지상파 방송이 시청률만 좇다 공익성을 놓쳤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동준 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방송사들이 도덕적ㆍ법적 문제를 일으킨 출연자의 재기용 기준에 대해 고민하고 답을 내놓아야 한다”며 “어떤 소재든지 재미로 포장되기 싶고 파급이 큰 만큼, 방송사는 출연자의 언행이 도덕적 기준과 사회의 상식에 부합하는지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방송의 여전한 성차별적 내용도 성인지 감수성 부족을 드러낸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지난해 7월 지상파 및 종합편성채널(종편), 케이블에서 방송 중인 33개 예능 및 오락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한 결과 성차별적 내용이 32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7월 4일 KBS2 예능프로그램 ‘살림하는 남자들 2’에서 한 여성 가수의 신체 일부를 클로즈업하며 ‘이것이 바로 편파 방송’이라는 자막을 내보낸 것이 대표적이다. 진흥원의 모니터링 의뢰를 받은 서울YWCA는 “출연자의 행동보다, 제작자나 연출가가 어떻게 편집하는가가 성평등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더 큰 영향을 미친다”며 “예능 PD와 작가 등 프로그램 제작자에게 성인지적인 의식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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