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를 받아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백준(79)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건강상 이유로 항소심 첫 공판에 불출석했다. 22일 열리는 이 전 대통령 재판의 증인으로 출석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배준현)는 1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방조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기획관에 대한 항소심 1차 공판기일을 열었으나, 김 전 기획관이 출석하지 않아 다음달 23일로 재판을 미뤘다.
김 전 기획관 측 변호인은 “저희도 피고인을 만나지 못했다”면서 “피고인 아들로부터 건강이 안 좋다며 공판기일 변경 요청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피고인이 거제도 지인 집에서 요양을 했던 것으로 들었다”면서 “다음 기일에는 반드시 출석하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김 전 기획관 측은 앞서 13일 재판부에 기일변경 신청서를 제출했다.
재판부는 “구체적인 소명자료가 없으면 기일변경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출석해서 본인 주장을 해야 불이익이 없다”면서 “관련 사건 증인으로도 채택됐는데 법정 출석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김 전 기획관이 본인 재판에도 불출석하면서, 22일로 예정된 이 전 대통령 재판 증인 신문에도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 항소심 재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법원의 소환장을 받지 않는 방식으로 1월 두 차례 증인 신문에 불출석했다. 최근 이 전 대통령 재판부는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하는 증인에 대해 구인영장 발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의 고려대 동문으로 40여년간 깊은 인연을 맺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이 2008년 김성호 전 국정원장, 2010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각각 2억원씩 특활비를 뇌물로 받는 것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국정원장들은 이 전 대통령 개인 차원이 아니라 청와대의 통상적 예산지원 요청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며 뇌물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국고손실 혐의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면소 판결했다. 김 전 기획관은 지난해 5월 건강상 이유로 보석 결정을 받고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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