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부사자공원~삼척항~맹방해수욕장까지 새천년해안도로
동해 바다 어느 한 자락 눈부시지 않은 곳이 없지만, 삼척 바다는 유난히 봄빛이 선명하다. 삼척항에서 동해시와 경계인 이사부사자공원까지 약 6km ‘새천년해안도로’는 아기자기한 작은 해변과 가슴이 탁 트이는 바다 전망 공원이 있어 해안 드라이브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삼척항에서 동해 방향으로 조금만 이동하면 해안가 언덕에 ‘소망의 탑’이 나온다. 높이 10m 가락지 모양의 탑 안에 ‘소망의 종’을 달아 놓은 모양이다. 지난 2000년 100년 후에 열어볼 타임캡슐을 묻으며 세웠다. 소원을 비는 두 손을 형상화했다는 설명에는 고개가 갸웃해지지만, 깎아지른 절벽 아래로 펼쳐지는 바다 전망은 일품이다. 조금 더 올라가면 나오는 ‘비치조각공원’도 마찬가지다. 10여개의 아기자기한 조각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어도 좋지만, 역시 파도 소리 시원한 바다 쪽으로 발길이 끌린다. 조각공원 옆에 주차 공간이 따로 있어 차를 대기에도 편하다.
조각공원에서 조금 더 가면 후진해변과 삼척해변이 이어진다. 정말 아담한 나만의 바다를 갖고 싶다면 후진해변이 제격이고, 봄 바다 산책을 즐기기에는 삼척해변이 낫다. 삼척해변은 1.2km가량으로 크지도 작지도 않은 규모다. 파란 바다색과 대비되는 하얀 모래가 유난히 곱고 깨끗하다. 해변에 벤치를 놓아 한적하게 바닷바람을 쐬기 좋고, 주변에 커피숍과 식당 등 편의시설도 불편하지 않을 만큼 갖췄다.
삼척해변에서 보이는 전망 좋은 언덕에는 대명리조트의 ‘쏠비치 삼척’이 둥지를 틀었다. 때문에 해안도로도 리조트를 피해 안쪽으로 살짝 돌아간다. 리조트를 지나 언덕을 넘으면 두 개의 작은 해변이 잇달아 나타난다. 삼척과 동해의 경계로 삼척 쪽은 증산해변이고, 동해 쪽은 추암해변이다. 추암해변 끝자락에는 동해의 일출 명소 추암 촛대바위가 우람한 자태를 뽐낸다.
도로변 작은 공원에는 여의주 모양의 검은 돌에 ‘거북아 거북아 수로를 내놓아라’로 시작하는 ‘해사가’를 새겨 놓았다. 신라 성덕왕 때 순정공이 강릉 태수로 부임하던 중 해룡이 나타나 아내 수로부인을 끌고 바닷속으로 들어가자 부인을 구출하기 위해 마을 주민들이 막대기로 땅을 치며 함께 불렀다는 내용의 향가다. 해변과 맞붙은 증산마을엔 소를 몰고 지나가던 노인이 수로부인에게 꽃을 꺾어 바칠 때 부른 ‘헌화가’를 주제로 담장 그림을 그려 놓았다. 기록상 경주에서 강릉까지 머나먼 길 어느 지점이 두 향가의 배경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단지 삼척시가 선점한 것뿐이다. 원덕읍 임원항 뒷산에는 대규모로 ‘수로부인헌화공원’까지 조성했다.
해안도로가 끝나는 이사부사자공원도 삼척과 동해의 경계 지점이다. 신라 지증왕 때 우산국을 정벌한 이사부 장군을 사자로 묘사한 조각상을 여럿 세워 놓았다. 이사부가 울릉도와 독도를 복속하기 위해 출항한 곳을 삼척에서는 오분항으로 보고 있다. 오십천을 사이에 두고 삼척항과 마주보는 해안이다. 항구의 기능은 유명무실해졌지만 오분항 끝자락에 ‘이사부 우산국 복속 출항지’ 조형물을 세워 놓았다.
오분항에서 한재를 넘으면 남측으로 삼척의 명사십리 맹방해수욕장이 길게 뻗어 있다. 한재밑ㆍ상뱅방ㆍ하맹방으로 구분한 해변 길이만 4.5km에 이르고, 바로 아래 덕산해변까지 치면 6km에 가깝다. 해변과 솔숲을 사이에 두고 맹방 들녘에는 지금 노란 유채꽃 물결이 장관이다. 지난달 말 시작한 맹방유채꽃축제가 25일까지 이어진다. 도로변 벚꽃 가로수와 어우러질 때 가장 화려한데, 이곳 벚꽃은 이미 끝물이다. 강원도라도 해안은 상대적으로 기온이 따뜻해 개화 시기가 남부지역과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유채 밭에서 몇 발짝만 옮기면 드넓은 모래사장이고, 봄빛 머금은 푸른 바다다. 하양, 노랑, 파랑 채도 짙은 삼척 봄 바다에 눈이 시리다.
삼척=글ㆍ사진 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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