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L 총괄디렉터 메리 월시
DDP에서 ‘디즈니 애니메이션 특별전’
“주토피아에 영감을 준 것은 1973년에 나온 로빈 후드였어요. 40년 전 로빈 후드의 초기 드로잉에서 동물들이 인간처럼 서서 옷을 입고, 대화하고, 밥을 먹는 모습을 본떠 만들었지요. 디즈니의 수많은 캐릭터들은 이전 작품들이 있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답니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고 있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특별전’을 앞두고 17일 한국을 찾은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리서치 라이브러리(ARL)의 총괄 디렉터인 메리 월시는 ARL을 ‘디즈니의 창의적인 영감의 산실’이라고 소개했다. ARL은 디즈니가 설립된 1923년부터 현재까지 6,500만개의 드로잉과 페인팅, 소품 등의 자료를 수집, 보관하고 있다. 이중 500여점을 중국, 프랑스,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 전시한다. 그간 국내에서 열린 디즈니 전시 중 가장 큰 규모다.
전시는 애니메이션 ‘증기선 윌리’(1928)에 첫 출연한 디즈니의 아이콘 ‘미키 마우스’부터 디즈니의 르네상스를 이끈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뮬란’에 이어 최근작인 ‘주먹왕 랄프’ ‘겨울왕국’까지 90여년의 디즈니 역사를 캐릭터를 중심으로 압축했다. 스케치, 콘셉트 아트, 3D 모형 등 작업의 토대가 된 다양한 자료들이 소개된다. 월시 디렉터는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한 장면 한 장면을 보드에 붙여 스토리를 만드는 방식은 90년 전과 똑 같다”면서 “손으로 그리느냐, 컴퓨터로 그리느냐의 차이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에니매이션을 실사 영화로 만든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와 ‘덤보’가 지난 해와 올해 각각 국내 개봉해 인기를 끈 데 이어, ‘알라딘’ ‘라이온 킹’도 연말까지 다시 영화로 소개된다. 월시 디렉터는 “많은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가치를 담고자 하는 디즈니의 스토리가 꾸준히 사랑 받고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로빈 후드가 주토피아에 영향을 줬듯이 디즈니 작품은 과거에 축적된 작품들로부터 영감을 받기 때문에 더 큰 공감을 살 수 있다”고 했다.
‘미녀와 야수’, ‘인어공주’,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등 디즈니 공주 시리즈에는 백인과 남성 우월주의 시각이 배어 있다는 비판도 많다. 월시 디렉터는 “그런 측면이 물론 있었지만, 세상이 변하면서 작품에도 시대상이 많이 반영되고 있다”며 “‘겨울왕국 2’에서는 바지를 입은 엘사를 만날 수 있고, ‘주먹왕 랄프2’의 공주들도 코르셋 대신 편안한 파자마를 입고 나온다”고 말했다.
어느 캐릭터에 가장 호감을 느끼냐는 질문에 월시 디렉터는 “어느 자식이 가장 예쁘냐는 질문처럼 어렵다”면서도 “디즈니 입사 한 달 뒤 개봉한 ‘라이온 킹’(1994)에 애착이 가장 많이 간다”고 했다. 지금의 디즈니를 있게 한 캐릭터로는 ‘미키 마우스’를 꼽았다. “가장 오래된 디즈니 캐릭터지만 여전히 살아 숨쉬는 디즈니의 상징”이기 때문이란다. 전시는 8월 18일까지 열린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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