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폭탄을 위협하며 벼랑 끝 협상에 돌입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윗으로 추가 관세 인상 방침을 밝힌 데 이어 행정부 인사들도 중국의 협상 후퇴에 강력한 불만을 토로하며 관세 인상을 위협하고 나섰다. 중국이 이번 주 워싱턴DC에 대표단을 보내 협상 테이블은 마련되는 분위기지만 미중간 불만이 고조되고 있어 극적인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6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9, 10일 이틀간 워싱턴에서 중국 대표단과 무역 협상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위협에 워싱턴 방문 취소를 검토했던 중국이 대표단을 보내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1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던 중국 대표단 규모는 당초 계획 보다 줄고 애초 8일로 예정된 협상 일정도 하루 늦춰졌다. 특히 무역 협상을 책임진 류허(劉鶴) 부총리의 대표단 포함 여부를 중국이 확인하지 않아 변수로 남은 상태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다만 "류 부총리가 중국 대표단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런 트윗으로 협상 자체가 무산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으나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한 불만을 토로해 긴장 수위는 한층 고조되고 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지난주에 걸쳐 중국의 약속 위반을 목격해왔다”고 말했고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도 “특히 주말에 중국이 상당히 후퇴했다”며 “우리는 이전에 협상했던 문서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합의문 조율 과정에서 중국이 이미 합의한 내용에서 후퇴했다는 불만이다. 라이트하이저대표는 중국의 협상 태도가 달라지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으로 밝힌 대로 10일 오전 0시 01분부터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현행 10%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므누신 장관은 다만 “협상이 제 궤도로 돌아오면 추가 관세 부과를 재고할 수 있다”며 협상 타결의 여지를 남겼다.
이와 관련해 중국이 기술 이전 강요 금지 등 합의 사항에 대한 법제화를 거부한 것이 미국을 자극했다고 주요 언론들이 전했다. 중국이 최종 합의문에 여러 법률을 개정한다는 문구를 넣는 대신, 합의 사항을 행정 조치로 이행하겠다고 주장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지난달 말 베이징에서 개최한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이후 태도가 변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추가 관세 부과로는 어떠한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며 “계속해서 성심껏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영 매체들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간 건 냉정함”이라고 격한 반응을 자제하면서 “협상이 설령 결렬되더라도 중국 경제의 체력이 튼튼해 감당할 수 있다”며 미국에 굴복할 수 없다는 분위기를 띄웠다.
다만 협상 결렬의 충격파를 우려한 듯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발언 직후 예정에 없던 지급준비율 인하 카드를 꺼냈다. 중소형 은행의 지준율을 11.5%에서 8%로 내려 시중 유동성을 늘리려는 조치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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