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말 G20 정상회의서 미·중 간 담판이 분수령 될 듯
미국과 중국이 노딜로 끝난 워싱턴 고위급 회담 이후 ‘시간은 내 편’ 식의 장기전 태세로 기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양국 모두 무역 분쟁이 시간을 끌수록 상대방이 더 피해를 입을 것이란 판단으로 치킨 게임을 불사하는 모습이다. 미중 협상의 장기화 여부는 내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을 계기로 열릴 것으로 보이는 미중 정상간 담판에 좌우될 전망이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12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무역 전쟁으로 양국 모두가 피해를 입는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손실은 심각한 반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아주 좋기 때문에 협상이 시간을 끌어도 충분히 견딜 수 있다”며 “좋은 합의로 중국 시장을 개방하면 그 혜택은 엄청나다”며 장기전을 통해서라도 미국이 원하는 합의를 끌어내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관세 카드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이날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중국으로부터 관세로 수백억 달러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중국이 더 이상 우리의 위대한 애국자 농부들(농업)에게 쓰지 않을지 모를 돈을 지출할 것이고 그 식량을 전 세계 나라들의 굶주린 사람들에게 나눠주겠다! 매우 좋다!"라고 밝혔다. 중국과의 관세 전쟁으로 피해를 입는 미국 농산물을 관세 수입으로 사들여 해외 빈곤층에 나눠주겠다는 뜻으로, 미중 무역 전쟁으로 손해 볼 것 없다는 태도다.
반면 중국 역시 무역 전쟁에 버틸 힘이 있다며 미국과의 일전을 각오하는 분위기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공격적인 경기 부양책으로 중국 경제가 개선된 데 고무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중국은 미국 경제가 하강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미국이 결국 양보할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중국 관리는 WSJ에 “시간은 우리 편이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매체들도 이날 협상 결렬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는 동시에 장기전을 피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환구시보는 “중국이 무역전쟁을 견딜 수 없으리라는 것은 몽상이자 오판”이라며 중국 경제의 대응 능력을 부각시켰다. 이 같은 양국의 기세 싸움 속에서 미국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미중 무역협상의 타결 시점을 연말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조기 합의가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판단인 셈이다.
최대 변수는 내달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다. 커들로 위원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G20 정상회의에서 만날 가능성이 꽤 높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지난해 12월에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을 계기로 회담을 갖고 무역 전쟁 휴전을 선언하고 협상에 돌입했다. 양국 정상간 담판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여지가 남아 있는 셈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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