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협상 교착에 위안화 급락, 한국ㆍ호주 등 수출 부담 커질 듯
미국의 관세 부과에 중국이 결사항전 태세로 전환하며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등 미ㆍ중 무역협상이 격화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관세 부과 여파로 중국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한국과 세계 경제에 위험 요인으로 떠올랐고, 중국 정부가 약속한 점진적인 시장 개방 조치 역시 무역협상 분위기가 악화하면서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ㆍ중 무역협상 교착 여파로 인해 역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4월 중순까지 달러당 6.7위안대 초반을 유지하던 위안화 가치는 14일 6.8위안대 후반에서 거래됐다. 중국 인민은행도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으로 달러당 위안 고시환율을 올려 시장 흐름에 대응하고 있다. 이는 3~4주 정도 남은 미국과의 무역협상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미국의 관세 부과로 발생할 수출 감소를 상쇄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위안화 절하는 특히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에 큰 타격이다. 대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과 호주 등이 위안화 절하로 인해 수출 부담이 커질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삼성선물은 “미ㆍ중 무역 긴장 국면에서 한국은 호주, 대만 등과 함께 부정적인 영향을 크게 받을 국가들로 지목되고 있다”고 밝혔다. 위안화와 흐름을 같이 하는 경향이 강한 원화 가치도 동반 하락세를 이어갔다. 14일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9원 오른 1189.4원에 마감했다.
세계적으로도 위안화 가치 하락은 중국 수출품의 가격을 낮춰 세계 경제에 디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대중국 수출이 많은 유럽 역시 무역전쟁 격화로 인한 경기둔화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위안화 가치 하락은 중국에도 결국 부담이다. 해외자본 유출로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고, 외화 채무를 많이 지고 있는 중국 기업의 특성상 재무상황이 나빠지는 등 부작용이 유발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공표한 해외 자본에 대한 개방 조치 역시 실제 개방의 취지와는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3일 중국의 새 외국인투자법은 해외직접투자자들에게 시장을 개방한다는 표면적인 선언과 달리, 중국에 투자한 해외자본도 중국 경제를 관리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강력한 감독 권한 아래 놓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13일 중국의 보복관세 부과 선언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블룸버그통신은 13일 하루에만 전세계 금융시장에서 시가총액 1조달러(약 1,180조원) 이상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이날 뉴욕 다우존스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38%, S&P 500지수는 2.41% 급락했고 나스닥지수는 3.41% 하락해 올 들어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범유럽 증시인 유로 Stoxx지수 역시 1.21% 떨어졌다.
13일 급락했던 코스피지수는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협상 타결 낙관 발언 등의 영향을 받아 전날보다 0.14% 상승한 2,081.84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0.19% 상승해 710.16으로 장을 마쳤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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