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땐 “반대” 이번엔 “최선”
“정부가 광역버스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 주셔서 감사하다. 당에서도 어려운 정부 입장을 고려해서 가능한 한 최선의 대안을 만들어주셨다고 생각한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14일 “‘빨간 버스’인 광역버스를 국가사업으로 전환하고 준공영제를 추진하기로 했다”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발언에 화답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남경필 전 지사 가 추진하던 버스 준공영제를 ‘버스판 4대강 사업‘으로까지 폄하했던 장본인이 이 지사였기 때문이다. 뒤늦게 말을 바꾼 이 지사의 행태를 두고 ‘당정의 압력에 자신의 신념을 굽힌 것’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이 지사가 준공영제 비난 발언을 처음 한 것은 2017년이다. 당시 남경필 지사는 버스 준공영제를 추진하던 중 그 해 5월 경부고속도로에서 광역버스 기사의 졸음운전으로 7중 추돌사고가 나자 더욱 속도를 냈다. 남 전 지사는 당시 “광역버스는 운전자의 과도한 근무 시간과 많은 입석 승객, 무리한 고속도로 운행 등으로 승객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준공영제만이 해결책”이라고 했다.
이후 경기도는 지난해 4월 전체 노선 가운데 55개 노선 589대에 한해 공공기관이 수입금을 관리하고 운행실적에 따라 원가를 보전해 주는 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지사는 9월 성남시의회 임시회에서 “(남 지사의 버스 준공영제는) 공영제로 가는 중간단계가 아닌 공영제 자체를 근본적으로 가로 막는 가짜”라며 “경기도가 추진하고 있는 이름만 ‘준공영제’는 세금으로 특정업자의 배만 불리는 ‘버스판 4대강’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서울시의 경우 2002년 버스 1대당 34만원이었던 단기순이익이 준공영제 시행 2년 뒤인 2006년 1,030만원으로 30배 이상 뛰었다”며 “준공영제가 시행됨으로써 지자체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버스업체의 몸값이 불어난다”고도 했다. 준공영제를 도입할 경우 결국 재정 부담이 커진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 지사는 또 “경기도의 준공영제가 광역버스만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동일 회사 내 운전자 간 차별적 대우가 발생하고 이를 노동탄압, 노조탄압의 수단으로 악용할 소지가 매우 높다”고 우려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 지적은 ‘빨간 버스’(광역버스)만 우선 추진하겠다는 김 장관의 발언과도 맞지 않다. 더욱이 광역버스 준공영제가 도입돼 국가사무가 된다지만, 국가든 경기도든 세금으로 충당하기는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이 지사의 180도 다른 행보에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남 전 지사 측근은 “(이 지사는) 과거 광역버스 준공영제를 포함한 도의 버스 대책을 영생흑자기업 만들기라며, 정책을 추진하던 도 공무원들에게 배임죄까지 거론했다”며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자신의 입장을 180도 바꾸는 이 지사의 이중성이 놀라울 따름”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도민들께 버스요금 인상을 사과하기 전에 올바른 방향의 정책을 폄훼했던 정략적 태도와 도지사 취임 후 지금까지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한 무능함을 사과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지사 측 관계자는 “당시에는 경기도 버스 정책에 대한 신뢰가 없었을 때이지만 이번에는 파업으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을 덜기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선택하게 된 것”이라며 “현재의 준공영제가 아닌 버스의 구조적인 문제 해결, 노선입찰제 등의 개선안을 정부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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