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딸을 조교로 채용하기 위해 허위 면접심사표를 작성하고 자신의 아들이 수강하는 과목 시험문제 정보를 유출한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3명이 검찰에 넘겨졌다. 교무부장이 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와 정답을 알려준 숙명여고 사건과 유사한 부정이 국립대에서도 벌어진 것이다.
서울북부지검 기업노동범죄전담부(부장 박현철)는 같은 학교 직원의 딸에게 허위로 면접 최고점을 주고 필기점수를 조작하는 등 특혜를 제공한 서울과기대 차모(51) 교수와 최모(59) 교수를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검찰은 자신의 아들에게 수강하는 과목 강의록과 시험문제, 채점 정보 등을 빼돌려 알려준 같은 학교 이모(62) 교수도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2017년 2월 서울과기대 연구센터 행정직 직원이었던 김모(51)씨는 평소 친분이 있던 차 교수와 최 교수에게 딸 심모씨의 조교 채용을 부탁했다. 김씨 청탁을 받은 두 교수는 지원자 3명에 대한 면접심사표를 작성하면서 심씨에게 최고점을 주고, 조교 시험 담당직원에게 필기점수 조작까지 지시했다. 심씨에게 고의로 최고점을 주기 위해 다른 경쟁자들의 필기 점수를 과락으로 조작한 것이다. 덕분에 심씨는 필수서류인 토익 성적표를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최종 1등이 됐다.
검찰 수사 초기 두 교수는 “면접에서 제일 잘하는 사람에게 최고점을 준 것일 뿐”이라며 허위진술을 했지만 증거들이 속속 나오자 결국 범행을 인정했다. 다만 이들에게 딸의 채용을 청탁한 김씨는 범행에 개입한 구체적 정황이 발견되지 않아 처벌 대상에 제외했다. 검찰 관계자는 “두 교수의 범행이 직원 김씨의 요청에 따른 것이지만 이들 사이에 대가성 거래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같은 학교 전기정보공학과 이 교수는 같은 과에 다니는 아들에게 시험 관련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 교수는 2014년 6월 아들이 수강할 과목의 동료 교수에게 “외부 강의에 필요하다”면서 2년치 강의 자료를 미리 건네 받아 아들에게 건넸다. 자료에는 교수용 강의록을 비롯해 과거 시험문제, 학생별 채점 결과 등이 포함돼 있었다. 해당 과목 시험은 70% 이상이 기출 문제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과거 시험문제를 숙지한 이 교수의 아들은 해당 과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 교수의 아들은 이후 2년간 아버지 동료 교수의 강의를 8개나 수강하며 모두 A+학점을 받았다. 이 교수의 아들은 아버지의 강의도 다수 수강했고 대부분 A+를 받았다. 이 교수는 친족의 재학 사실을 학교에 신고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4년 초 아들이 서울과기대에 편입학한 사실까지 숨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해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해당 교수들에 대한 의혹이 드러난 뒤 교육부가 공식 의뢰를 하자 수사를 진행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교육부는 서울과기대 측에 차 교수와 이 교수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최 교수는 당초 교육부의 감사대상이 아니었고, 검찰 수사로 범죄 사실이 밝혀졌다. 검찰 관계자는 “기소를 하면서 학교 측에 결과를 통지, 교수 3명에 대한 징계절차가 곧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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