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325명 추적해 1535억 추징… 80대 노모 대여금고에 골드바 1.7㎏ 숨기기도
국세청이 대형 아파트에 살고 고급 외제차를 끌면서도 세금을 내지 않고 버티는 고액 체납자 325명을 중점 추적조사 대상으로 정하고 잠복ㆍ미행 또는 압수수색 등을 통해 체납액 1,535억원을 징수했다고 30일 밝혔다. 조사 대상은 5,000만원 이상의 세금이나 과태료를 1개월 이상 체납한 이들로, 조사 결과 이들은 재산 추적을 피하려 현금 다발이나 골드바를 보유하고 80대 노모 이름으로 된 대여금고에 재산을 숨겨놓기도 했다. 이번 조사 대상자의 총 체납액은 8,993억원으로, 절반인 178명은 5억원 이상 체납했다.
◇싱크대 열어보니 검은 봉지에 5만원권 1만장
수억원 대 양도소득세를 체납한 A씨는 부동산을 양도하던 시점에 10여 건의 보험금을 해약하는 등 현금 12억원을 인출하고, 세금고지서 수령 다음날 자신의 외제차를 며느리 명의로 이전하는 방식으로 재산을 숨겼다. 국세청은 한 달간 잠복ㆍ미행을 한 끝에 A씨가 자녀 명의의 54평형(178㎡) 고급 아파트에 거주하고 가족이 외제차 3대를 보유한 것을 포착했다. 조사팀은 아파트 수색 과정에서 주방 싱크대 수납함 안에 검은 비닐봉지에 담긴 5만원짜리 지폐 1만8장(5억40만원)을 압류했다.
성형외과 의사 B씨는 현금영수증 미발행에 따른 과태료를 내지 않으려 병원에 거주하는 것으로 속인 뒤 실제로는 지인 명의로 된 주택에 거주하고 있었다. 실거주지와 병원 조사를 진행한 결과 미화 100달러 지폐 1,428장과 1만엔 지폐 321장 등 총 2억1,000만원을 발견해 압류했으며, 수색 이후 B씨가 자진 납부한 체납과태료 포함 총 4억6,000만원을 징수했다.
소액 임대소득 이외에 소득이 없는 84세 어머니 명의로 대여금고를 개설한 뒤 금고에 수표 2억원, 현금 1억2,000만원, 골드바 1.7㎏을 숨겨놓은 체납자도 적발됐다. 부동산 양도 직전 위장이혼을 한 뒤 재산분할, 위자료 명목으로 배우자 명의로 재산 3억6,000만원을 옮긴 체납자도 있었다.
◇체납자 잡아내려 잠복ㆍ미행… 현관문 뜯고 수색하기도
각 지방국세청에 구성된 은닉재산 추적조사 전담팀은 탐문조사, 잠복ㆍ미행 등을 진행해 이들이 재산을 은닉한 장소를 파악했다. 일부 체납자들에 대해서는 조사 과정에서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거나 경찰과 동행하기도 했다. 조사 진행 과정에서 체납자가 집이나 사무실 문을 열어주지 않아 강제로 문을 개방하고, 숨겨놓은 수표를 찾기 위해 수표 지급정지 조치를 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올해 1~4월 중점 추적조사 대상자 포함 총 3,185명의 체납자를 조사해 총 6,952억원을 징수(4,035억원)하거나 채권(2,917억원)을 확보했다. 이들의 전체 체납 규모는 6조5,000억원에 달한다. 국세청은 이들이 숨긴 재산을 찾기 위해 은닉재산 제보자에게 최대 20억원까지 포상금을 지급한다. 한재연 징세법무국장은 “체납자가 숨긴 재산을 추적하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의 자발적 신고가 필요하다”며 “납부 여력이 있으면서도 재산을 은닉하고 호화롭게 생활하는 고의적 체납처분 회피자에 대해서는 추적조사 역량을 집중해 끝까지 징수하겠다”고 말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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