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으로 재구성한 사건 당시 상황
29일(현지시간)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침몰한 허블레아니호는 뒤따르던 대형 크루즈선 ‘바이킹시긴’호와 두 차례 추돌한 뒤 순식간에 침몰했다. 들이 받힌 허블레아니호 승객들은 배가 침몰하는 것과 동시에 속수무책 급류에 휩쓸려간 반면 정작 바이킹시긴호 승객 다수는 추돌 사실 조차 처음에는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허블레아니호 침몰을 가장 가까이서 목격한 이들은 다름 아닌 바이킹시긴호 승객들이었다. 이들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다뉴브강 주변의 아름다운 야경을 만끽하려 떠난 유람이 끔찍한 사고 경험으로 돌변한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미국인 클레이 핀들리(62)에 따르면 선착장을 갓 출발한 바이킹시긴호 갑판은 흥겨운 표정의 관광객들로 붐볐다. 그러나 헝가리 국회 의사당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던 순간 상황이 돌변했다. 핀들리는 자신이 탄 배가 앞서 가던 작은 유람선과 갑자기 가까워 지는 것을 느꼈다. 당연히 “우리 배가 비켜 가겠지”라고 생각하는 찰나 바이킹시긴호 뱃머리가 허블레아니호 선미를 들이 받았다. 핀들리는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추돌 뒤) 곧바로 그 작은 선박의 선체가 위로 솟았고 몇 초 만에 반대 방향으로 뒤집혀 가라 앉았다”고 설명했다. 또 “(이 모든 과정이) 불과 10~15초 사이 일어났다”며 “나는 누군가가 (허블레아니호에서) 빠져 나오는 것을 전혀 보지 못했다”고 울먹였다.
추돌 장면을 직접 목격한 이들 외 바이킹시긴호 탑승객 대부분은 두 선박이 부딪혔다는 사실 조차 처음에는 인지하지 못했다. 역시 바이킹시긴호 승객인 미국인 진저 브린튼(66)은 “우리는 뭔가에 부딪히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며 “단지 물속 사람들을 보았고 정말 끔찍했다”고 증언했다.
선박 간 추돌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허블레아니호 안의 한국인 승객들도 마찬가지였다. 사고 당시 갑판에 나와 있던 생존자 정모(31)씨는 유람선 후미에서 커다란 크루즈선이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이 때 갑판에는 정씨 외 약 20명 정도의 승객이 있었으며, 1층 선실에는 10명도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어?” 하는 순간 그 커다란 크루즈선이 허블레아니호를 “쿵쿵”하며 두 차례 들이 받았다. 정씨는 “크루즈선이 접근하는 것을 봤지만, 설마 그 배가 우리를 들이 받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다른 생존자 윤모(32)씨는 “갑판에 있던 사람들은 물에 곧바로 빠졌고, 1층 선실에서 쉬던 사람들은 아마 빠져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다페스트=김진욱 기자,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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