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 제재 대상인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해 “미국 기업들의 부품 공급을 허락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화웨이 문제는 무역협상 마지막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당장 블랙리스트에서 빼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이로써 무역전쟁의 최전선에서 미중 대결의 상징으로 부각된 화웨이 사태에 일단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향한 카드를 완전히 내려 놓지 않은 만큼, 향후 양국의 협상 전개에 따라 ‘립 서비스’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일본 오사카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시 주석과 화웨이 문제를 다뤘지만, 이 사안이 어떻게 될지 끝까지 놔둘 것”이라며 “다만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에 많은 물건을 팔고 있어 거래를 계속해도 상관없다고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실리콘밸리를 기반으로 한 우리는 기술력을 갖춘 유일한 국가”라면서 “국가안보에 문제가 없는 장비나 부품은 팔아도 좋다”고 말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 사태를 놓고 ‘판매 허용’과 ‘무역협상 연계’라는 두 가지 메시지를 동시에 던졌다. 그는 “이 문제는 매우 복잡하고 과학적”이라면서 ‘당장 화웨이가 블랙리스트에서 제거되냐’는 질문에 “지금 당장 대답하고 싶지는 않다”고 여지를 남겼다. 애가 타는 시 주석을 향해 보낸 일종의 조건부 승낙인 셈이다.
특히 화웨이 사태를 촉발한 멍완저우(孟晚舟)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 소송 문제는 이번 회담에서 아예 다루지도 않았다. 시 주석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 기업을 공평하게 대우해달라”며 “양국 기업 간 정상적 교류가 이뤄지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화웨이 구명에 총대를 맸다. 왕샤오룽(王小龙) 중국 외교부 주요20개국(G20) 사무특사 겸 국제경제국장은 “미국이 앞으로 계속 화웨이와 거래한다는 약속을 지켜준다면 우리는 매우 반갑게 받아들일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15일 행정명령을 통해 “국가안보를 위협하고 외교 이익에 결정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화웨이와 계열사 70곳에 대한 거래를 제한했다. 또 미국의 동맹국에도 ‘반 화웨이’ 전선에 동참하도록 촉구하며 압박수위를 높여왔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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