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전 김대중-이회창 대선판 흔든 ‘병풍 사건’ 주인공
지난달 30일 필리핀에서 붙잡힌 김대업(57)씨 체포 소식이 알려지자 언론은 그의 이름 앞에 ‘병풍(兵風)’이란 두 글자를 붙여 보도했다. 2002년 대통령선거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아들의 병역 비리 의혹을 제기, 이른바 병풍 사건을 일으킨 김씨는 그 해의 선거 판도를 흔들어 놓은 장본인으로 꼽힌다.
김씨는 2002년 7월 직접 기자회견을 갖고 이 후보 아들의 병적기록표가 위ㆍ변조됐으며 후보 캠프에서 그의 불법 병역 면제를 은폐하려는 대책회의가 열린 후 관련 병적 기록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병풍 사건으로 불린 이 폭로는 당시 대선 판도를 크게 흔들어놓으면서 결국 이 후보가 낙선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모병 담당 부사관 출신인 김씨는 이 후보의 부인 한인옥씨가 아들의 병역 면제를 위해 관계자에게 돈을 줬다는 내용이 담긴 ‘녹음 테이프’를 증거로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대선이 끝나고 법원에서 해당 폭로와 관련 “내용이 진실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함에 따라 명예훼손과 공무원 자격사칭, 무고 등의 혐의로 1년10개월의 형을 선고 받았다.
병풍 사건이 일어나기 전 이미 사기 등 전과 5범이었던 김씨는 감옥에서 나온 뒤에도 사기 등의 혐의로 여러 차례 감방을 들락거렸다. 그는 2008년 초등학교 동창에게 ‘국정원에서 일하는데 좋은 정보가 있다’며 개발 예정지라는 허위 정보로 땅을 소개해 건네 받은 땅값 중 일부를 가로챈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처해졌다. 경찰이 수사 중인 음주운전 사건을 무마해주겠다며 지인에게 수백 만원을 받거나 경기 광명에서 불법 사행성 오락실을 운영하다가 체포(2014년)되기도 했다. 이번에 검거된 건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강원랜드 등의 폐쇄회로(CC)TV 교체 사업권을 따주겠다며 관련 업체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2억5,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김씨는 또 2013년 종합편성채널의 시사프로그램에서 “병풍사건을 친노 인사인 현역 광역단체장과 사전 모의했고, 그 대가로 50억 원을 받기로 했는데 현직단체장이 가져가 착복했다”고 주장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는 사실상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직접 겨냥한 발언으로, 안 전 지사는 당시 “김씨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가 없는 허위 사실”이라고 즉각 반박한 바 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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