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죽음의 자서전’ 등 세계 문단서 인정
“예전엔 한국 작품 소개 민망… 이젠 출간 제의 쏟아져”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린 지난달 19일. 도서전 행사장인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근 호텔의 라운지에 세계 각국에서 온 출판인들과 에이전시, 국내 출판사 관계자들과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해외에 번역할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고 구체적인 사업 논의를 진행하는 자리는 이날 종일 이어졌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번역 출간한 이집트 다르 알탄위르 출판사의 샤리프 조셉 리즈끄 지점장은 국내 매니지먼트사와의 미팅을 끝낸 뒤 “한강 작가의 ‘흰’과 ‘소년이 온다’를 추가로 소개할 계획이고, 오늘 논의를 통해 세 권 정도의 작품을 더 출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미국 출간 3일 만에 아마존닷컴 베스트셀러, 반스앤노블이 선정한 ‘e독자를 위한 이달의 베스트 북’, 오프라 윈프리의 ‘오프라 북클럽’이 선정한 ‘주목할 만한 도서’, 한국 소설 최초로 뉴욕타임스 하드커버 베스트셀러… 2011년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가 미국에 번역됐을 당시 현지의 열광적인 반응들을 대변하는 수식들이다. 미국에서만 20만부 팔리고, 전 세계 36개국에 번역 출간됐던 ‘엄마를 부탁해’는 한국 소설이 세계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최초의 사건이었다. 그로부터 5년 뒤인 2016년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상(인터내셔널 부문)을 타는 쾌거를 이뤘고, 지난달 6일에는 김혜순 시인의 ‘죽음의 자서전’이 시 단일문학상으로는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그리핀 시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지난 한해 지원한 출판 지원 종수는 24개 언어권 119종에 달한다. 16개 언어권 47종 규모에 불과하던 2008년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번역 지원 역시 2018년 18개 언어권 117건으로, 14개 언어권 41권 규모에 불과하던 2008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특히 해외 출판사가 자발적으로 출간 지원을 요청하는 건수는 지난해 72건으로 2015년(20건)보다 세 배 이상 늘었을 만큼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한국 문학을 다루는 해외 언론의 보도도 늘고 있다.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언론의 한국 문학에 대한 보도는 387건으로 2014년(229건)에 비해 150건 가까이 늘었다.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을 수상한 2016년에는 840건에 달했다.
‘엄마를 부탁해’의 깜짝 성공 이후 한국 문학은 이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변방의 문학을 넘어 대중성과 문학성 모두를 인정받는 세계 문학의 주요한 흐름이 됐다. 2000년대 초반부터 해외시장에 한국문학을 소개하는 데 앞장서 오고 있는 KL매니지먼트의 이구용 대표는 “2005년부터 10년간 평균적으로 해마다 한 명의 작가 정도를 진출시켰다면, 최근 몇 년간은 몇 작품을 소개했는지 카운트가 안 될 정도”라며 “예전에는 한국 작가 작품을 들고 가면 내민 손이 무색해질 정도였는데 요새는 여기저기서 내 손을 찾는다”고 말했다.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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