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집중단속 끝나 안심” 인터넷서 공공연히 거래
“여성작업용으로 효과 백발백중인 제품이거든요 고객님.”
9일 ‘물뽕(GHB) 있나요’라고 묻자 판매자가 5분만에 답장을 보냈다. ‘보안/신뢰우선/업계최고품질/안전보장’ 같은 요란한 문구를 내걸고 최음제, 여성흥분제를 판다고 광고하던 이였다.
‘버닝썬 스캔들’ 이후 여성을 대상으로 한 ‘약물 성폭력’을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무색무취의 신종 마약, 속칭 ‘물뽕’은 여전히 인터넷에서 공공연히 거래되고 있었다.
물뽕은 일반적인 검색 엔진으로 접근할 수 없다는 ‘딥웹’을 통해 암암리로만 거래되는 게 아니었다. 웹사이트 텀블러에 ‘최음제’, ‘흥분제’ 등 키워드만 넣어도 물뽕을 판매한다는 광고 글 수십 개가 나왔다. 이 곳 중 4곳에다 사겠다는 뜻을 밝히자 20분 내 2곳에서 답장이 왔다. 물뽕 원액 한 병에 사은품으로 비아그라를 끼워주겠다는 제안도 있었다.
두려움도 없었다. “적발당할 위험은 없냐”라는 질문에 “단속이 줄었으니 안심하라”는 대답이 나왔다. 판매자들은 편한 거래 지역만 말해주면 입금, 배송 기록 등이 남지 않는 방법으로 거래를 할 수 있다 설득했다. 약속한 장소에 돈과 물건을 놓고 찾아가는, 마약거래에 흔히 이용되는 ‘던지기’ 방식 거래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화장품처럼 보이게 포장해서 퀵서비스로 보내주겠다”는 대범한 업자도 있었다.
올해 초 버닝썬 스캔들 수사 당시 ‘물뽕’ 문제가 불거지자 경찰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온라인상 마약 판매 광고 1,848건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집중단속 뒤 “인터넷을 이용한 유통 및 투약사범이 2018년 18.6%에서 31.2%로 늘었다”며 인터넷 유통에 대한 경각심을 강조했다.
하지만 집중단속 이후 두달 만에, 버닝썬 스캔들 수사가 마무리 된 지 보름 만에 물뽕 판매가 슬금슬금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마약 수사를 맡은 한 경찰 관계자는 “거래가 이뤄지는 ‘딥웹’ 사이트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은 아무리 단속해도 곧 다시 생겨난다”고 토로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텀블러 등은 해외 사업자라 방심위가 개입할 수 없다”며 “모니터링을 통해 국내 통신망 사업자에게 접속 차단을 권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성들은 계속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시민단체 디지털성범죄아웃(DSO) 관계자는 “물뽕 등 약물 판매자와 구매자에 대한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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