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6월 한미정상회담서 문 대통령이 한일 갈등 관심 가져달라 말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시사하자, 트럼프 개입 가능성 내비쳐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직접 한일 갈등에 대해 언급하고 관심을 촉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문 대통령에게 한일갈등에 관여할 수 있는지 요청을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양국의 요청이 있으면 돕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일갈등과 관련한 언급을 한 건 처음이다.
청와대는 20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6월30일 한미정상회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근의 한일간 갈등에 대하여 관심을 가져달라고 한 바가 있다”고 밝혔다. 고민정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당시 일본 언론은 경제보복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보도하고 있었으며 문 대통령은 갈등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의 일환으로 언급을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의 보복성 수출 규제 조치로 촉발된 한일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와 관련해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의 지도자 모두를 좋아한다”며 “그 둘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길 바라지만, 원한다면 기꺼이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표면적으론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 보다 좀 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미국이 개입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일 갈등이 이미 한쪽이 항복을 선언하기 전에는 끝나지 않는 ‘치킨 게임’양상으로 흐르고 있고, 그 결과 청와대가 미국이 꺼리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가능성까지 시사한 상황인 것을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까지 정부는 GSOMIA와 관련해 유지 방침을 밝혀왔지만 전날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장관이 도발에 가까운 외교적 결례를 범하고 추가보복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기류가 급변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GSOMIA 파기 가능성을 검토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모든 옵션을 검토한다”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