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비핵화 협상 판 깨지 않도록 촉구해야
북한이 25일 강원도 원산 일대에 발사체 2발을 동해로 발사한 것과 관련해 “북한이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한 것 같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일 경제갈등, 러시아 군용기의 한국 영공 침범 등으로 정세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주목을 받기 위해 군사적 도발을 했다는 것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 실무협상 조건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데, 전반적인 이슈가 핵 문제가 아닌 한일 경제갈등, 중국ㆍ러시아 군용기의 방공식별구역(KADIZㆍ카디즈) 침범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북미 협상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조건들을 관철시키기 위한 하나의 전술적 목표를 가지고 시도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조 위원은 북한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방한한 이 때 발사체를 발사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설명했다. 그는 “볼턴 보좌관이 방한해서 주로 한 얘기가 호르무즈 해협 문제와 한일 갈등 문제”라며 “언론의 주목을 전혀 못 받고 있어 북미간 합의를 깨지 않으면서 관심을 끌 수 있도록 발사체를 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조 위원은 사태를 풀기 위해 “(정부가) 기본적인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핵화 협상에서는 우리가 외교적 해법을 하기로 했는데, 북한의 도발은 합의 정신에 위반된다”며 “북한이 판을 깨지 않도록 촉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과 러시아의 카디즈 침범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항의하고, 또 다른 영공 침범이 있을 때는 더 강력한 입장을 취하겠다는 원칙적인 얘기를 대내외에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다음달로 예정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한 맞대응의 의미로 미국을 압박하려는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16일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훈련 진행 여부에 따라 북미 협상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앞서 북한은 25일 오전 5시 34분과 5시 57분경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신형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 지난 5월 9일 단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78일 만이다. 발사체가 5월 발사된 발사체와 유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돼 북한이 협상 분위기를 끌어가려는 저강도 군사 도발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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