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km 비행한 첫번째 미사일은 이스칸데르와 사거리ㆍ고도 유사
690km까지 날아간 두번째 놓고 “이스칸데르급” “개량형” 분분
북한이 25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지대지(地對地) 탄도미사일로 추정된다. 북한이 올해 5월 2차례에 걸쳐 발사한 미사일과 비슷하지만, 다소 개량된 기종으로 보인다. 북미 실무협상 재개를 약속한 6ㆍ30 남북미 판문점 회동 뒤 한 달도 안 돼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개량 진행 사실을 공개한 데에는 한미를 동시에 압박하겠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됐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오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에선 “새로운 종류의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날 오전 5시34분과 3분 뒤인 57분 동해상으로 미사일 한 발씩을 쏘아 올렸다. 첫 발은 430여㎞를 날았고, 두 번째는 690여㎞를 비행했다. 고도는 두 발 모두 50여㎞였다. 두 번째 미사일의 사거리에 대해 한미 양국의 판단이 한때 엇갈렸지만, 690여㎞를 날아간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첫 번째는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쐈을 때, 제주를 제외한 남한 영토 전역을, 두 번째는 평양 지역에서 발사해도 제주도까지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다.
첫 번째 미사일의 사거리는 5월 발사된 미사일과 유사하다. 북한이 5월 4일 발사한 미사일은 고도 60여㎞에서 240여㎞를 날았고, 같은 달 9일 발사한 미사일 2발은 고도 45~50㎞에서 각각 420여㎞, 270여㎞를 이동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급하강하다 수평비행을 하고, 상공에서 수직으로 내려꽂는 등 복잡한 비행 궤적을 보였다’는 점을 들어 러시아산‘이스칸데르’ 미사일이거나 이스칸데르를 개량한 ‘북한판 이스칸데르’일 것으로 분석했다. 비행 궤적이 복잡한데다 낮게 날고 낙하 시간도 짧아 요격이 쉽지 않고, 이동식 발사차량(TEL)에서 발사하는 점 때문에 선제 타격도 어려워 우리 안보에 치명적이란 평가가 나왔다. 사거리가 500㎞ 이내인 것으로 알려져 북한이 남한을 겨냥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군 당국은 해당 미사일들을 새로운 기종으로 보고 ‘KN-23’이라고 명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북한이 두 번째로 발사한 미사일은 러시아산과 북한산 이스칸데르의 추정 사거리(500㎞)보다 200㎞나 더 날아갔다. 합동참모본부는 “‘새로운 형태’의 미사일이 발사된 것에 대해 추가적 분석과 평가가 필요하며,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분석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합참은 다만 새로 개발한 미사일이라는 뜻으로 통용되는‘신형 미사일’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
두 번째 미사일을 놓고 전문가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우선 북한판 이스칸데르의 개량형이라는 관측이 있다.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5월 발사한 미사일의 길이와 크기를 늘렸거나, 탄도 무게는 유지하면서 연료를 더 넣어 사거리가 늘어났을 가능성이 있다”며 “미사일 공학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개발에 성공한 ‘신형 미사일’일 가능성도 상당하다.
고도가 50㎞ 정도로 드러난 만큼, 이스칸데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이스칸데르 급의 실제 최대 사거리는 500㎞ 이상이고, 1000㎞까지 이른다는 평가도 있다”면서 “러시아가 중거리핵전력조약(INF)때문에 미국의 눈을 피하기 위해 이스칸데르의 진짜 사거리를 속였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다. INF는 미소 양국이 1987년 체결한 조약으로, 사거리 500~5,500㎞의 지상발사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의 실험ㆍ보유ㆍ배치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김 교수는 “5월 발사 때 북한이 최대사거리를 설정하지 않은 듯하다”고 분석했다.
스커드 계열의 전혀 다른 미사일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이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로 분류되는 스커드 ER(최대사거리 1,000㎞)을 저각으로 발사해 사거리를 줄였다는 시나리오다. 최근 하계 군사훈련을 시작한 북한이 구형 미사일을 유지ㆍ점검하고 ‘재고’를 없애는 과정에서 발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론이다. 미사일의 정확한 정보는 북한이 매체를 통해 공개하는 사진 등을 통해 확인될 전망이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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